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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1

어른의 여행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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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열 여행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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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해오던 기자 일을 졸업하고 국내 1호 여행감독이 되었다. 고재열 감독은 주제의식과 의도를 담아 여행을 ‘연출’한다. 그리고 ‘사람’을 짠다. 그때그때 여행 콘셉트에 걸맞은 사람을 모은다. 사람들은 그가 벌여 놓은 판에서 여행감(感)을 되찾고 여행력(力)을 기른다. 사람과 자연과 연대한다. 길 위의 인연들은 여행자 플랫폼(동아리)을 통해 취향 공유와 다음의 여행으로 이어진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콘셉트로 바쁜 현대 도시인들에게 여행의 새발견을 선물하는 고재열 여행감독. 그가 연출하는 여행의 오프닝 신은 언제나 ‘재미’와 ‘의미’다. 


글 김희선 / 사진 강정호


Q. 고재열 감독님이 기획·연출하는 여행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어른의 여행’이라고 해서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중장년에게 필요한 여행을 고민합니다. 보통 이 나이대가 되면 관계의 빈곤을 느껴요. 비즈니스 네트워크는 웬만큼 형성돼 있지만 인간관계에 지칠 대로 지쳐 있죠. 인간관계란 끊임없는 노력으로 유지되는 법인데, 연말 모임이나 경조사에 얼굴 비추는 것으로 관계를 유지·보수하며 살아가지요. 바쁜 사회생활에 치이고 가족을 돌보느라 여행은 생각조차 못 하고요. 또 막상 여행을 가려면 막막해요. 현재의 여행 정보는 20대 위주로 편제되어 있고, 아이와 함께 가는 체험 여행 아니면 노년층을 위한 투어뿐이거든요. 결국 마음은 ‘한비야’인데 몸은 ‘하나투어’가 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중년들이 자기 자신을 위한 여행, 잠자는 여행 세포를 깨우는 여행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Q. 실제로 여행을 함께한 ‘어른’들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처음에는 저마다 지친 얼굴로 나타나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잠만 자요. 마치 냉동 창고에서 갓 꺼낸 생선 상자와 같은 모습들이죠. 여행을 하면서 마음이 서서히 녹기 시작해 나중에는 너나없이 여행의 감동과 감사를 고백해요. 서로 잘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고요. 제가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도 아무도 모를 정도예요. 여행을 기획한 사람으로서 가장 짜릿하고 보람된 순간이기도 하죠. 그만큼 사람을 잘 짰다는 방증이니까요. 

 

 

Q. 감독님의 여행에는 특별한 원칙이 있다면서요?


서로 몰랐던 사람들도 여행을 함께하면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밖에 없어요. 한데 사람마다 친밀감의 기준이 다르고, 때로는 배려와 친절이 오히려 문제를 일으킬 수 있거든요. ‘선을 넘지 않는 배려’와 ‘간섭하지 않는 결속력’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또 여럿이 함께하는 여행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은 꼭 필요해서 ‘따로 또 같이’를 원칙 중 하나로 삼고 있습니다. 

 

 

Q. 중장년을 위한 여행 이외에도 국내외를 아우르는 다양한 콘셉트의 여행을 진행하셨지요.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을 소개해주세요. 


우연히 동네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버려진 여행 가방을 보곤 ‘캐리어 도서관’을 기획했어요. 사람들이 읽지 않는 책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캐리어에 담아 기증하면, 책꽂이가 비어 있는 시설에 전달하는 프로젝트예요. 작년에 3회 진행한 결과 총 2만 5,000권이 모여 울릉도, 욕지도, 무인도 등에 직접 전달했죠. 저는 이 세상에 영원한 재미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 재미를 최대한 오래 붙들고, 재미가 희열로 발전하려면 ‘의미’가 보장돼야 하죠. 그런 이유에서 ‘캐리어 도서관’은 참 의미 있고 재밌는 여행이었어요.

 

 

Q. 현재 준비 중이거나 앞으로 진행하고 싶은 여행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고기를 맛보는 ‘팔도 고기 대탐험’과 ‘한우 투어’를 준비하고 있어요. 이들 여행은 단순히 고기 맛집을 찾아가는 게 아니에요. 그 지역의 전통주와 한우의 페어링을 통해 귀한 고기를 더 귀하게 먹는 기회를 가져 보려고요. 훌륭한 한우를 키워낸 농가 분들을 모시고 ‘제철 서울 여행’도 진행하고 싶어요. 셰프와의 네트워킹 자리, 미식가들과의 만남, 특급호텔 숙식, 문화 공연 관람 등으로 농가 분들이 그간의 노고를 보상받는 거죠. 이밖에도 여행자들에게 출발지와 도착 시간만 공지하는 ‘블라인드 투어’를 비롯해 ‘명품 한국 스테이’, ‘제철 해산물 투어’, ‘비건 투어’ 등을 구상 중입니다. 

 

 

Q. 여행 하면 음식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혹시 여행지에서 맛본 최고의 한우 요리를 기억하세요?


우선 경북 영주에 위치한 ‘축산식육식당’의 안창살과 차돌박이가 최고였어요. 사전 정보 없이 느낌적으로 찾아간 곳인데 고기 맛이 확실히 달랐어요. 또 정읍의 ‘행복하누’는 맛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 좋은 한우를 키워내는 노력과 비결을 주인장에게 들을 수 있어 좋았어요. 전남 해남의 ‘성내식당’은 한우 샤브샤브가 특별했어요. 육사시미로 먹어도 될 만큼 신선한 한우를 샤브샤브로 먹으니 뭔가 새롭고 맛 또한 일품이었죠.

 

 

Q. 코로나19로 여행 문화가 크게 바뀌면서 여행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나 태도가 달라지고 있어요. 여행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요즘, 감독님은 여행의 가치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여행은 일상과 일탈 사이에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이탈이에요. 일상에서 채워지지 않는 것을 이탈해서 채우지 않으면 일탈할 수 있으니까요. 살면서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는 일은 매우 중요해요. 스스로가 좋아하는 걸 하면 자존감이 높아질뿐더러 정신 건강을 지킬 수 있죠. 여행은 행위 하나하나가 행복을 쟁취하는 일과 다름 아니에요. 이를 위해서 저는 여행 감독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계획입니다.  

 

 

Q. 마지막으로 여행감독으로서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를 말씀해주세요.


현대를 살아가는 바쁜 도시인들은 누구보다 여행이 필요한 사람들이에요. 하지만 그들을 위한 여행은 별로 없죠. 잃어버린 ‘여행의 맛’을 되찾아드리기 위해 저는 앞으로도 열심히 판을 짜고 사람을 짤 계획입니다. 선을 넘지 않는 배려와 간섭하지 않는 결속력으로 따로 또 같이, 여행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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