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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나무는 천 년을 살고, 목수 손을 빌어 또 다른 천 년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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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무형문화재 최기영 대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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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지정 중요무형문화재 74호 최기영 대목장. 유네스코 지정 인류무형문화유산이기도 한 선생은 우리나라 전통 건축의 거목이다. 선생이 새로 짓거나 복원한 전통 건축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인 안동의 ‘봉정사 극락전’(국보 제15호), 조선 시대 지어진 공주의 ‘마곡사 대웅보전’(보물 제801호), 그리고 백제 시대 왕궁을 재현해 놓은 부여의 ‘백제문화단지’ 등이 있다. 


글 김남희 / 사진 중요무형문화재 74호 대목장 최기영 전수교육관 제공


나무로 무언가를 만드는 직업이 목수다. 대목과 소목으로 나뉜다. 대목은 나무로 집 짓는 일로 업을 삼는데 목장(木匠)이라고 한다. 소목은 장롱, 책장, 소반 등 가구를 만든다. 목수 가운데 최고는 대목장이다. 도편수라고도 불린다. 대목장의 역할은 막중하다. 전통건축 모든 분야에 대해 통달해야만 한다. 설계부터 건설, 감리 등 모든 과정을 총괄하고 감독한다. 소목, 미장, 기와, 단청, 창호 등 모든 구성 요소에 대해서 꿰뚫고 있어야 한다. 

 

히최기영 대목장 프로필(2).jpg


최기영 대목장. 1961년 열일곱 살의 나이, 꿀꿀이죽의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목수가 됐다. 당시 사찰 건축의 장인 김덕희 대목장 문하에서 목수 일을 배웠다. 하루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었다. 자정 넘어 잠들어 새벽 4시반이면 어김없이 일어났다. 스승을 따라 수덕사, 창경궁, 덕수궁 등 역사적 건축물의 유지보수, 복원, 재건축 현장을 다녔다. 손재주와 눈썰미가 남달라 그날 보고 듣고 만져 본 것은 모두 기억하고 마음에 담았다. 궁궐에서 일할 때는 밤중에 몰래 궁궐 담벼락을 수시로 넘었다. 낮에 보고 들었던 것들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구석구석 살펴보다 추녀 밑에 쭈그려 쪽잠도 많이 잤다. 하루 500원씩 받던 일당으로는 연장을 살 수 없었다. 선배 목수에게 연장을 갈아 주겠다며 빌린 후 연장 다루는 법을 익혔다. 빌려 쓸 수 없을 때는 대장간에 가서 직접 만들어 썼다. 
힘들었지만 딴눈 팔지 않았다. 남다른 손재주도 허투루 낭비하지 않았다. 오직 목수 일 하나에만 미쳤다. 아니, 목숨을 걸었다. 전통 건축을 고집스럽게 배우고 익히고 터득하고 꿰뚫어 나갔다. 목수 인생 40년이 되던 2000년, 국가가 지정한 인간문화재가 됐다. 

 

히최기영 대목장 프로필(1).jpg


전국 곳곳에는 선생의 작품들이 많다. 1993년부터 2010년까지 17년 동안 부여 백제문화단지에 목조건물 187동을 신축했고 백제 건축의 정수로 꼽히는 능사 5층 목탑도 재현했다. 국보 15호인 봉정사 극락전 해체보수도 선생의 손길이 닿았다. 이 외에도 영주 부석사 설법전, 서울 봉은사 설법전, 공주 마곡사 대웅보전, 정읍 내장사 명부전과 피양전 등 수백 채에 달하는 건축물들을 복원하거나 새로 지었다. 

 

 

Q. 올해로 목수 인생 60년이십니다. 중요 무형문화재 74호(2000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2010년)에도 오르셨습니다.


목수로서 앞만 보고 달려온 60년이오. 사람들이 나를 인간문화재라고 깍듯이 대해 줍디다. 난 초등학교만 겨우 나왔지만 전통 건축에 대한 실력 하나로 전북대 석좌교수까지 하고 있다오. 달 덩어리보다 더 큰 보석을 얻은 삶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나는 목수 일을 처음 배운 열일곱 살 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목수일 뿐이오. 최 목수, 이 말이 내가 평생을 지켜오고 또한 평생 듣고고 싶은 말이지. 사람은 어느 위치에서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꼴이 있소. 그 가치가 바로 꼴값이요. 대목장은 대목장으로서의 꼴값이 있소. 꼴값이라고 하면 비속어로 들리겠지만 그래도 할 수 없지. 나는 대목장으로서 내 꼴값을 지키며 살았다고 자부한다오. 가난하고 무지하고 힘없는 집안에서 태어난 내가 목수라는 힘든 직업을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온 것, 이것이 내 꼴값이자 내 분수요. 나는 내 꼴값을 알았기에 남들이 쉴 때 더 열심히 일하고, 남들이 잘 때 더 열심히 연구하고, 남들이 놀 때 더 열심히 연마했지.

 

 

Q. 대목장님의 손을 거쳐 간 건축물들이 엄청납니다. 그중 대표적인 부여 백제문화단지는 대장정의 역사였죠.


백제문화단지 조성에 내 모든 지혜와 역량을 쏟아 부었지. 17년 만에 대공사를 마치고 나니 까맣던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해 있더군(웃음). 특히 능사 5층 목탑은 내 걸작이라오. 못 하나 쓰지 않고 나무와 나무의 결구로만 쌓아 올렸는데 이러한 방식을 ‘하앙(下昻)식 공법’이라고 합니다. 서까래 사이에 끼운 지지대가 아래로 향한 채 처마를 떠받치는 독특한 형태지. 하앙식은 아주아주 어려운 건축방식이오. 중국 송나라에서 시작해 백제와 일본으로 전파됐다고 하지. 그런데 내가 1300년 전 백제 시대의 건축법을 어떻게 알겠소. 중국과 일본을 수도 없이 오가며 백제 시대와 비슷한 시기에 지은 건축물을 끝없이 연구한 끝에 재현에 성공했지. 내가 지었지만 도무지 내가 한 일이라고 믿기지 않아 이 거대한 목탑이 이토록 조그만 평면 위에 어떻게 서 있는 것일까 스스로 물어보곤 한다오. 게다가 지금까지 단 한 건의 하자도 발견되지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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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옥 건축과 사찰 건축은 어떻게 다릅니까?


목조 건축이라는 점에서 다를 게 없지. 다만 사찰은 종교의식이 열리고 스님들이 단체생활을 하는 곳인 만큼 생활양식에 차이가 있는 것일 뿐이오.

 

 

Q. 전통 건축물을 지으실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목조 건축물은 짜 맞춤과 이음새가 생명이오. 이음새 하나가 천 년을 간다고 하지 않소. 그리고 전통 건축물은 소나무와 화강암으로 뼈대를 만드는 데 특히 나무가 좋아야 견고하게 지어지지. 천 년을 사는 소나무가 목수 손을 빌어 천 년을 더 산다는 말도 있잖소. 소나무 중에서 으뜸은 단연 황장목이야. 껍질이 두껍고 재질이 단단한데 속살이 누렇다고 해서 황장목인데 임금의 관을 짤 때 쓰던 최고의 소나무지. 좋은 황장목을 구하기 위해 첩첩산중을 수도 없이 오르내렸더랬소. 심지어 미국, 캐나다, 독일, 러시아 등도 다녔지. 

 

히tip004t110815.jpg

 

 

Q. 오랜 세월 대목장님과 함께한, 손때 가득한 도구들도 궁금합니다. 


목수에게 연장은 생명과도 같은 것이오. 옛말에 연장은 부인하고도 바꾸지 않는다고 하지. 대패질, 도끼질, 끌질, 망치질 등에 사용하는 모든 연장이 다 소중해. 

 

 

Q. 한옥을 짓거나 한옥에서 살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조언해 주신다면?


우리네 전통한옥은 세계 최고의 집이오. 지붕의 각도, 마루와 기둥의 높이, 창과 문의 폭, 모든 게 사람에게 편하도록 지어졌지. 또 소나무, 황토, 돌 등 자연에서 얻은 재료들로만 지으니 모든 소재가 숨을 쉬는 건강한 집이라오. 우리 마음도 정화시켜 주니 사람 사는 곳으로는 최고일 수밖에 없지. 그러나 분수에 맞지 않게 잘못 지어진 집은 결국 무너져. 기둥, 보, 서까래, 지붕 등 집을 이루고 있는 모든 요소와 구조들이 분수에 맞게 제 위치를 잘 지키고 있는 집이 좋은 집이라고 할 수 있소.  

 

히최기영 대목장 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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