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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에 만나는 전통한옥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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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계인을 모두 집안에 가두어 버렸다. 코로나 시대 아파트 속에 고립된 우리도 호시탐탐 외출을 시도하고 있다. 돌아서면 벽이고 돌아서면 벽인 아파트 대신 사방이 탁 트인 전통한옥에 살면 우리 생활이 조금은 달라질까.

 

글 이상현(한옥 연구가, 인문한옥연구소 소장)


로마 시대 비운의 검투사를 떠올리게 하는 건축물, 콜로세움은 2천년의 세월을 견뎌 내고 지금까지 전해진다. 고려 시대 사찰이 가장 오랜 건물인 우리에겐 유럽 건축의 유구함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서양 건축의 유구함은 시멘트라는 건축 재료 덕분인데, 이 재료가 서양과 우리 건축에 근본적인 차이를 만들었다. 
한옥은 시멘트 대신 나무로 짓기에 세월을 악착같이 이겨내기보다 재료와 함께 수명을 다하는 순리를 택했다. 그러다 보니 한옥은 불변의 건물 대신 그 안에 사는 구체적인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인다. 흙과 나무로 집안의 습도를 조절하고, 빛 투과성이 높은 창호지로 실내 밝기를 조절했다. 이는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주는 독특한 주거문화를 일구어 냈다. 아파트 생활이 가져온 아토피의 고통은 그동안 전통 건축이 사용해 온 건축자재의 우수성을 확인시켜 준다.

 

 

세계에서 가장 위생적인 집
나무라는 건축 재료는 한옥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한옥은 벽이 무너져도 정자처럼 기둥만 튼튼하면 무너지지 않는다. 반면 벽으로 지붕과 건물을 버티는 서양의 벽식 건축은 벽이 무너지면 집도 무너진다. 그런 건축에서 벽은 두꺼워지고 창은 작아져 햇빛을 건물 안으로 들이기가 여의치 않아진다. 당연히 집안이 습하고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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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둥 집인 한옥은 사방에 창과 문을 만들 수 있어 집안팎으로 공기가 자유롭게 드나든다. 그만큼 통풍과 채광이 자유롭다. 미루어 생각하면, 과거 밀폐되고 빛이 들지 않는 건물에 살던 서양인들은 우리보다 감기에 훨씬 많이 걸리지 않았을까. 흑사병 같은 전염병이 돌면 유럽 대륙은 통째로 죽음의 대륙으로 돌변했는데, 여기에는 주거문화가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도 바이러스에 의한 것임을 생각하면, 창이 넓은 한옥의 뼈대식 건축에 뿌리를 둔 우리 아파트는 뛰어난 위생 건축의 계보를 잇는다(작은 창에서 이웃을 마주 보며 국기를 흔들며 고립감을 달래는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시민을 보라). 
한옥은 공기가 집안팎을 흐르게 하는 대류작용을 이용하는데, 실내의 오염된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고 신선한 공기를 집안으로 들이는 데 효과적이다. 구들에 불을 넣어 살균효과를 유지하고, 신을 벗고 집안으로 들어가는 탈화문화 역시 집안의 위생을 튼실하게 했다. 19세기, 늦게는 20세기 초까지 한옥은 세계에서 가장 위생적인 집이었다. 세계의 화두가 된 K-방역은 한옥의 전통에서 자란 열매인 셈이다.

 

 

자연재해에 안전한 집
한옥은 중국이나 일본의 건축과 비교해도 훨씬 개방적이다. 한옥에는 넓은 창과 문이 많은데, 추운 계절이 있는 곳에서 이런 건축이 가능했던 것은 열의 전도, 복사, 대류를 이용하는 수준 높은 난방시설인 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보완해 방 안의 온기를 보존하기 위해, 요즘 아파트처럼 창을 이중 삼중으로 해 달았다. 그러고 보면 현대 아파트의 시스템 창호 역시 전통한옥에 뿌리를 두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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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마당을 더하면 한옥의 개방성은 단연 세계 건축의 으뜸이다. 특히 대류는 기압차를 이용하여 공기를 흐르게 하는 현상인데, 겨울 난방뿐 아니라 여름 냉방에도 큰 구실을 했다. 지금도 잘 지어진 전통한옥의 대청에 가 앉아 있으면 한여름에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낮에 뜨거워진 앞마당의 공기가 위로 올라가면 뒷마당의 나무 그늘이 만든 찬 공기가 대청을 지나와 안마당을 채우면서 일어나는 공기의 흐름이 대청에 바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뒷마당에만 나무를 심어 그늘을 만드는 한옥에는 이런 과학적 사유가 숨어 있다. 
따지고 보면 한옥은 전염병이 아닌 다른 자연재해에도 뛰어나다. 구들 안의 불길이 지나는 고래의 높이를 확보하고, 여름에 집중되는 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건물의 토대인 기단을 다른 나라보다 높게 쌓는다. 기단이 높으면 방바닥이 높아져 여름철 습기를 막는 건 덤이다. 특히 한옥의 기둥은 기단과 분리되어 놓여 있는데, 지진이 일어나는 순간 땅과 분리된 집에는 땅의 흔들림이 덜 전해져 건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건축에 숨은 과학적 원리라면 처마도 빼놓을 수 없다. 한옥 처마는 여름철에는 뜨거운 햇볕과 큰 비에서 생활을 보호하고, 겨울철에는 집안에 일조량을 늘려주기에 가장 알맞은 높이와 길이를 가진다. 

 

 

집, 자연, 사람이 하나인 집
한옥은 집안에 머무는 사람의 심리 상태에까지 관심을 가졌다. 건축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환경심리학은 최근 만들어진 학문이지만, 전통한옥은 이미 건축이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감안해 지어졌다. 그래서 각진 것보다는 원만한 것을, 직접조명보다는 간접조명을, 화려한 색보다는 자연의 무난한 색을 채택했다. 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17~25제곱미터 정도의 크기가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크기라고 하는데, 이는 전통한옥에서 만나는 마당의 평균 크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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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은 집이라도 짓기 어려우면 소용이 없다. 한옥은 기둥 4개가 만드는 정사각형인 ‘간’을 단위로 공간을 쉽고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아파트처럼 일률적인 것은 아니어서, 하나의 모습을 고집하지 않는다. 지역마다 집의 모습이 다 달라 다양하다. 남쪽의 집은 높아서 여름 나기에 더 유리하고 북쪽 집은 낮아서 겨울나기에 더 유리하다.
전통한옥은 과학적 원리 속에 지어졌지만, 자연과 어우러지고 거주자의 심리적 안정까지 배려한다는 점에서 집과 자연과 사람이 하나인 집이다. 이는 건물과 거주의 개념을 하나로 보는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의 생각과도 일치한다. 즉, 건물은 그 집에 사는 사람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전통한옥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확장성이 크다. 우리가 지금 벽으로 둘러쳐진 아파트 대신 사방이 탁 트인 마당에 자연을 담아내는 한옥에 머문다면, 전염병으로 고립된 세상을 버텨 내기가 좀더 여유롭지않을까. 코로나19로 지친 시대, K-방역의 뿌리가 된 전통한옥이 한국인으로서의 자존감을 높이는 청량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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