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메뉴 건너뛰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우리의 맛

우리네 삶의 공간, 한옥의 멋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히tip250t013576.jpg


글 박경철(월간 <한옥> 발행인) 


여느 해와 달리 청명하게 펼쳐진 하늘.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혹자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지구의 자기 정화라고 말한다. 이유가 어떻든 청명한 하늘과 구름 그리고 맑은 공기 속에서 존재할 수 있는 작금이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더불어 지구라는 대상과 인류에 대한 고민을 던지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청명한 하늘 아래의 존재감은 가물거렸던 유년의 흔적을 자연스럽게 기억의 앞으로 내민다. 고향이 대전인 필자에게 유년의 집은 주변의 근대건물과 기와집들 사이에 있던 ‘ㄱ’자 형태의 조선식 한옥이었다. 앞마당에는 큰 장미가 군락을 이뤘고 그 옆에는 수돗가가 자리하고 있었으며 대문과 대청마루 사이 대각선 모서리 쪽에는 화장실과 창고가 별채로 구성돼 있었다.
한옥을 수리하고 기록하고 있는 지금의 내게, 그 시절 집에 대한 다양한 가구적(건물의 구조방식) 특징을 배제하더라도 그 공간이 주던 기억은 한옥이 가진 기본적 특징임을 금세 상기시킨다.  

 

 

공간과 곡선의 미학
기억의 눈에 비친 한옥의 지붕 선은 동네 산세와 비슷했다. 처마의 물매(지붕 용마루에서 처마로 내려오는 각도)와 동네 뒷산의 펼쳐진 산봉우리 선들이 앞산의 모습이라도 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뒤섞여 있었다. 멀리서 동네 풍경을 바라볼 때 지붕과 뒷산의 산세가 하나의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네 전통집이 중국, 일본의 집들과 다른 점은 그 땅의 형상과 어우르는 선의 모양이다. 한옥의 지붕 선을 현수곡선이라 부르는데 정면에서 바라볼 때 양쪽 끝이 올라간 곡선을 ‘앙곡’이라 부르고, 하늘에서 바라볼 때 처마 양쪽 끝에서 안쪽이 들어간 형상을 ‘안허리곡’이라고 한다. 지붕의 처마선과 더불어 버선의 코, 도포의 소맷자락 등도 한국적 선의 특징이다. 

 

히tip250t017731 (1).jpg


조금 더 들어가 보면 한옥은 돌과 흙 그리고 나무를 통해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불을 넣어 정주(머물러 사는 곳)의 공간을 이루고 있다. 땅 위에 기단(평지에 돋아 올린 집터)을 이루고 그 아래 아궁이를 통해 불길을 만들었다. 이는 집의 난방과 부엌을 사용하는 수단이 된다. 기단 위에는 초석(나무 기둥을 세우기 위해 아래 받치는 돌)을 놓고 나무 기둥을 세우고 대들보와 도리, 서까래를 통해 집의 구조를 구성한다. 이렇게 구성된 구조의 벽에는 대나무를 비롯한 깃을 세워 흙으로 벽체를 마무리한다. 또 지붕에는 서까래 위에 개판(나무판)이나 싸리 등으로 서까래 사이를 막고 그 위에 적심(나무로 지붕의 곡선을 잡기 위해 올리는 공정)과 흙을 올린 후 기와를 올려 지붕을 구성한다. 한옥의 구성은 이렇게 우리네 땅의 돌과 나무 그리고 흙으로 이뤄져 있어 그 땅의 모양과 특징을 가장 우리네 것답게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히tip004t129929.jpg


비 오던 여름, 처마에서 내려 떨어지던 빗물로 손을 닦았다. 여름의 지붕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수는 손을 씻기도 하고 마루에 앉아 마당을 멍하니 바라보던 쉼의 창이었다. 마당에서 놀던 강아지도 비가 올 때면 처마 밑으로 들어와 함께 비를 피하던 일상이 또렷이 생각난다. 
여름 처마의 모습은 겨울이 다가오면 암기와 드린 곳곳에 고드름이 열리며 지붕 처마를 장식한다. 낙수의 물길이 지나던 곳에 그대로 얼음이 얼어 고드름이 되는 등 계절별로 상이한 모습은 지붕 처마를 차경(빌려온 풍경) 삼아 바라볼 수 있는 한옥의 멋이다. 한옥의 지붕에서 처마를 구성하는 공간은 서까래의 길이로 만들어진다. 보통은 집의 기단 밖까지 뻗어 건물 밖으로 배수가 될 수 있도록 만든다. 이것은 집으로 들어오는 습기를 최대한 멀리하기 위해 구성하는 방식이다.

 


한옥의 새로운 변주
기억 속 유년의 한옥과 일상은 어느 순간 현재의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파트와 빌라가 일색인 도시에 다시금 한옥이 돌아오고 있다. 공공 건물로 다시 정비되던 한옥이 카페의 모습들로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오래되고 방치되던 한옥 지구가 젊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유명거리로 변하기도 했다. 또 주거 공간으로도 한옥마을이 새롭게 생겨나기도 하며 아파트 내부에 한옥 인테리어로 창호와 마루를 만들어 생활하기도 한다. 회상의 기억들이 이제는 현재에서 새롭게 또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혹자는 이게 무슨 한옥이냐고 반문하기도 하지만 한옥은 다시금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라면 더 많은 재료와 시대의 일상적 생활에 맞는 다양한 방식들이 융합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옥은 당대 삶의 모습을 담으며 이렇게 변신하고 있다. 

 

히tip004t130069.jpg

 

?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