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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라이프

오래된 과거가 현재의 이야기가 되다 레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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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지나간 시대를 추억하며 옛것을 즐기는 현상이 최근 몇 년 동안 트렌드를 관통하고 있다. ‘레트로(Retro)’ 현상이다. 


writer 이은석(글 쓰는 노동자)


레트로란 추억, 회상, 복고를 뜻하는 영어 ‘Retrospect’의 줄임말로 과거 유행했던 제품이나 서비스가 다시 유행하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레트로는 사회, 문화, 예술 전반을 휩쓸고 있다. 그때 그 시절의 과거가 레트로라는 어법으로 다시 등장하면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유진 초이와 고애신을 따라 모던 보이, 모던 걸 차림으로 복고풍 사진을 찍는 게 유행이고, 을지로, 익선동, 후암동, 문래동 등 옛날 분위기를 간직한 동네에는 사람들로 다시 북적인다. 유명 관광지나 테마파크 등지에서 ‘옛날 교복 체험’이나 ‘추억의 뽑기’ 또한 쉽게 만날 수 있다. 
레트로 트렌드의 주 소비층은 7080세대다. 1970~80년대 대학 시절을 보낸 현재의 중·장년층을 가리켜 7080세대라고 한다. 7080세대는 우리 사회의 중추이자 소비의 주력 세대이다. 이들은 자신을 위해 기꺼이 돈을 쓰고 복고적 취향을 즐긴다. 
밀레니얼 세대와 2000년 이후에 태어난 요즘 10대들도 레트로의 열혈소비자다. 그들은 직접 경험하지도 못한 1990년대 문화나 제품에 열광한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인기, 빅로고와 뿔테안경, 청청 패션의 유행 등이 대표적이다. 10대에게 레트로 콘셉트는 추억이 아니라 생소하고 이색적이며 신선한 이미지다.

 

 

우리는 추억을 먹고 산다
미국 뉴햄프셔 대학의 심리학자들이 52세~92세 성인들을 대상으로 인생의 특별한 순간들을 꼽아보게 하는 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의 대다수가 17세~30세였던 시절을 인생의 가장 좋은 순간들로 회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사랑, 첫 직장, 첫 여행, 첫 출산, 첫 이별, 첫 독립 등 인생에서 중요한 첫 경험이 평생 기억에 남는 것이다. 사람들은 지난날에 대한 향수를 통해 위안을 받는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 회고 절정(Reminiscence Bump)이라 한다. 이런 심리적 현상이 지금의 레트로 열풍과도 연결되어 있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고 향수를 느끼게 되면 사람들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나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기꺼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고 한다. 예전에는 익숙했던, 하지만 최근 몇 십년 동안 본 적이 없었던 옛날 것들을 오랜만에 만났을 때 그 어떤 최신 유행에서도 느낄 수 없는 만족감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트로 현상은 단지 ‘향수’나 ‘추억’으로만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레트로를 새롭게 재해석한 ‘뉴트로’, 젊은 세대를 위한 레트로 ‘영트로’, 빈티지가 반영된 레트로 ‘빈트로’ 등이 그렇다. 뉴트로는 ‘New’와 ‘Retro’의 합성어다. 복고를 새롭게 즐긴다는 뜻이다.
지금 1020세대에게 1990년대의 유행은 경험해 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것이 된다. 만화방, 전자오락실, 사진관, 커피 한약방 등으로 젊은 층이 모여드는 이유다. 특히 을지로와 세운상가의 과거를 재해석한 뉴트로 붐은 주목할 만하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인증샷을 남길 수 있는 뉴트로 거리는 세련되고 화려한 거리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엿볼 수 있고 가성비까지 얻을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 된 것이다. 

 

 

모든 것은 어제가 된다
과거에 대한 향수와 추억은 인간의 보편적 감성이다. 누구에게나 젊은 시절, 전성기, 어린 시절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다. 레트로 트렌드는 새로운 것, 최신의 것만 추구하는 우리에게 추억과 향수라는 감성을 자극한다. 그렇지만 단순히 추억팔이, 향수팔이로 평가절하하기에는 레트로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망과 시장의 잠재성은 매우 크다. 때문에 레트로는 하나의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인구통계학적 관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7080세대에게는 익숙함으로, 그들의 자녀인 1020세대에게는 낯설음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코드다. 
새로운 것도 오늘이 지나면 과거가 된다. 세상 또한 우리의 생각만큼 단숨에 변하지도 않는다. 레트로는 그러한 점에서 현재와 함께 성장해나가는 트렌드다. 과거는 미래를 찾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값진 힌트가 되어준다. <트렌드코리아 2020>이라는 책에서 저자들은 “앞으로도 단순한 과거의 재현을 넘어 역사적 가치가 살아 있고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공간과 제품은 차별화,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레트로 감성은 단순히 과거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의 차원이 아니다. 바쁘고 빠르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잠시나마 마음이 쉬어갈 수 있는 탈출구로 작용하고 있다. 좋았던 과거를 추억하며 행복해지고, 또 그 추억을 토대로 더 나은 현재와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프랑스 문학가 생트 뵈브는 말했다. ‘시간은 흘러 다시 돌아오지 않으나, 추억은 남아 절대 떠나가지 않는다’고. 어쩌면 레트로는 불멸의 취향이 될지도 모른다. 세월은 가도 추억은 영원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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