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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라이프

마음이 소리쳤다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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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실천, 각자의 상황과 취향에 따라 선택 항목은 다르겠지만 결국엔 모두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최종 목표는 같다. 지금 턱밑까지 차올랐다면, 쉼이 필요하다면 잠시 멈춰 나에게 맞는 느림을 실천해보자. 이왕이면 대확행(크고 확실한 행복)보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writer 이인철(월간 <전성기> 기자)


‘턱밑까지 차오르다’. 분노든 일이든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한계치에 도달했을 때 사람들이 푸념조로 내뱉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면 직장인들은 대개 떠날 것이냐, 버틸 것이냐를 놓고 고민하곤 한다. 어떤 선택이 옳은가는 개인의 판단이지만, 다만 버티기를 선택했다면 맷집을 키워야 한다. 최근 이런 상황에 직면했다. 새로운 프로젝트의 시작을 앞두고 3개월 가까이 야근을 밥 먹듯 하며 체력은 바닥났고, 정신적 피로도 극에 달했다. 매달 ‘마감’이라는 시간의 압박과 마주했지만, 특별히 한계치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 잘나서가 아니라 심리학 책에 자주 등장하는 구절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말을 되뇌이며 그 순간을 이겨낸 덕이다. 나 자신이 아닌 시간에 기대며 결국엔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생각으로 버틴 것이다. 그러나 이 처방약도 듣지 않을 정도로 과도한 업무량에 스트레스를 받아 결국 턱밑까지 차오른 순간과 마주했다. 

 

 

그때 그 노래에 잠시 멈춤
이번엔 어떻게 버틸 것인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잠시 멈춤이었다. 잠시 삶에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사고가 날 것같은 불안감이 밀려왔다. 종이를 꺼내 나에게 잠시 멈춤을 선물할 ‘거리’를 생각나는 대로 적었다. 그 중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만 따로 모았고, 다시 10분 정도면 할 수 있는 것과 1시간 이상, 하루 이상 시간을 내야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해 4가지 거리를 찾았다. 
가장 먼저 실행에 옮긴 첫 번째 거리는 유튜브로 김광석 다시 듣기다. 일하다 10분 정도 휴식을 취할 때면 유튜브에서 김광석의 노래 두 곡을 듣는다. 서정적인 가사가 주는 메시지도 좋지만 그의 노래는 대학 시절의 나를 만나게 한다. ‘거리에서’를 들을 때 잊고 산 첫사랑이, ‘이등병의 편지’를 들을 땐 까까머리를 한 채 훈련소를 들어가던 모습이, ‘서른 즈음에’를 들을 땐 지금은 웃고 마는 그때 그 시절의 고민이 떠올라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 잠시나마 지금의 일을 잊고 풋풋했던 그 시절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진다. 다만 너무 오래 듣지 않으려고 주의한다. 자칫 지금은 많이 변해버린 내 모습에 우울감을 느낄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유튜브로 들을 땐 전곡 듣기보다 한 곡씩 올려진 채널을 찾아 듣는 편이다. 나이가 많든 적든 누구나 그때 그 시절을 소환하는 소울 음악이 있을 것이다. 잠시 쉬고 싶을 때 그 음악을 주는 힐링을 맛보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동화책이 주는 쉼표 하나
두 번째 거리는 동화책 읽기다. 근처 서점에서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을 한 권 샀다. 어릴 적 읽은 기억은 있는데 스토리가 잘 떠오르지 않아 다시 읽고 싶었다. 사실 동화는 책으로 힐링하는 시간을 갖고 싶은데 시간을 너무 빼앗기기 싫고 너무 무거운 게 싫어 선택한 방법이다. 다 큰 어른이 무슨 동화냐고 웃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동화만큼 재미 있는 책도, 삶에 가르침을 주는 책도 없다. 권선징악을 다루고 인생을 사는데 필요한 지혜가 담겨 있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동화를 읽다 보면 어릴 적엔 뻔해 보이던 내용이 나이가 든 지금은 묵직한 가르침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적어도 내겐 어떤 자기계발서나 위로를 건네는 심리서적보다 더 많은 위로를 건넨다. 동화는 또 소설이나 인문학 서적처럼 무겁지 않아 어느 때든 가볍게 읽기에 좋다. 무엇보다 좋은 건 20~30분 내로 금세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혹 동화를 읽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이솝 우화를 추천한다. 대부분 아는 내용이지만, 어른이 돼서 읽으면 어린 시절 보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자세히 보인다. 

 

 

걷다 보면 가벼워지는 생각들
세 번째 거리는 밤에 한 시간 걷기다. 하루 종일 의자에만 앉아 있는 내 몸에 주는 운동이자 머리를 비우는 시간이다. 주중에 한 번, 주말에 한 번 1시간 정도 집 근처 호수공원을 걷는 것으로 넉넉하게 잡았다. 마음을 편하게 먹으니 오히려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걷게 된다. 밤에 혼자서 산책하듯 걷다 보면 뉴턴, 아리스토텔레스, 칸트가 왜 휴식을 취할 때 걸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단지 걷는 것뿐인데 생각이 정리되고 생각이 비워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제주올레를 만든 서명숙 이사장은 이를 “머릿속의 지방이 빠져나가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걷기는 몸은 물론 정신 건강까지 챙기는 훌륭한 처방제인 셈이다. 또한 걷기만큼 일상에서 느림을 실천하기 좋은 거리도 없을 듯싶다. 돈 안 들이고 시간 나면 회사 근처라도 걸을 수 있으니까.
 


나를 새롭게 하는 명상
네 번째 거리는 명상 체험. 4가지 거리 중 가장 적극적으로 일상에서 멈춤의 시간을 갖기 위해 선택했다. 잠시 멈춤을 갖는 데 명상센터만큼 좋은 곳은 없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에서다. 다양한 힐링센터, 치유센터 중에 고른 곳은 아침편지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깊은산속 옹달샘’을 택했다. 이곳은 아침편지로 유명한 고도원 씨가 회원들의 후원을 받아 세운 명상치유센터로 서울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인 충주에 있다. 무엇보다 자연휴양림 내에서 있어 제대로 된 쉼을 취하기 좋은 장소다. 이곳의 여러 프로그램 중 주말에 진행하는 가족명상 프로그램을 선택해 아들과 함께 갔다. ‘칭찬명상’ ‘통나무명상’ ‘힐링허그 사감포옹’ ‘발 반사 마사지’ 등 진행된 프로그램은 무척 흥미로웠다. 칭찬명상은 색다른 쉼을 선물했다. 말 그대로 절대 긍정으로 타인과 나를 칭찬하는 법을 일러주고 즉석에서 칭찬 훈련을 했는데 칭찬에, 특히 나에 대한 칭찬에 인색했던 나를 돌아보게 했다. 어색했지만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내 모습이 대견스러워”라고 나에게 칭찬을 건네며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이었다. 내가 나를 위로하는 순간이었다. 
흥미로웠던 건 식사 도중 종이 울리자 모든 사람이 동작을 일시에 멈추며 침묵했고 5초 후 다시 종이 울리자 식사를 이어갔다. 종은 ‘잠깐 멈춤’을 알리는 신호다. 잠시 멈춰 그 순간을 음미하는 훈련이다. 무엇보다 모든 프로그램이 여유롭게 진행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각 프로그램마다 짧게는 1시간, 길게는 2시간 정도의 휴식 시간이 있어 한가로이 산책로를 걷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브레이크 없이 질주해오던 삶에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갖고 자연의 품에서 하루를 푹 쉰 시간이었다. 느림이 좋은 이유는 이렇게 나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가 아닐까. 굳이 이곳이 아니더라도 삶에 급 브레이크가 필요한 순간엔 명상센터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선택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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