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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라이프

가볍고 단순하게! 미니멀리스트로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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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때 잠들기 전 누운 채로 법정스님의 책을 읽는 걸 좋아했다. 삶이 무겁게 느껴질 때 아무 페이지나 펼쳐 산 중에서 간소하게 사는 스님의 맑은 글을 읽다 보면 복잡한 내 마음도 덩달아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태어나면서부터 도시인으로 살아온 내게 법정스님의 무소유는 뜬구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7년 전 그날까지는 적어도 그랬다.


writer 탁진현 <가장 단순한 것의 힘> 저자 


2012년, 나는 슬럼프에 빠졌다. 내 인생에서 일도 관계도 돈도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고 느낄 때였는데, 탈출구가 없어서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우두커니 앉아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이 복잡한데, 내 방도 복잡하잖아?’ 
당시 스트레스를 옷과 가방 등의 쇼핑으로 풀다 보니 방에는 순식간에 물건이 늘어난 상태였다. 그런 마음이 들자 방 옆 베란다에 쌓인 서류가 생각났다. 그곳에는 온갖 서류들이 라면 박스 7개에 나눠 보관되어 있었다. 언젠가 필요한 중요한 자료라고 생각하고 지난 10여 년간 이사 다닐 때마다 일부러 큰 방을 구해가면서까지 모아 놓은 것들이었다. 
그러나 상자 하나를 열어 수첩을 본 순간, 내가 너무 바보처럼 느껴졌다. 알아볼 수 있는 글자가 거의 없었다. 난 엄청난 악필이었다. 다른 상자의 서류들을 봤다. 언젠가 필요할 거라고 굳게 믿었던 이것들은 과거에도, 지금 당장 힘든 내게도 도움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날 서류를 모두 버렸다. 그렇게 텅 빈 베란다를 봤는데, 당시의 감정이 지금도 생생하다. 10년 묵은 체증이 한번에 확 내려간 것처럼 정말 홀가분했다. 이 강렬한 감정에 사로잡힌 나는 다음 날부터 집에서 현재의 내게 불필요한 물건들을 하나씩 비우기 시작했다. 

 

 

인생을 가볍게
비울수록 더 홀가분해졌다. 신기한 건 찌꺼기 같은 감정까지 함께 덜어지는 기분이었다. 예전에 썼지만 집착 때문에 버리지 못한 물건을 비우자 후회, 원망 같은 과거의 집착 같은 감정도 덜어지는 것 같았고, 언젠가 다시 쓸 것 같아서 없애면 불안한 물건을 과감하게 비워내자 일, 돈 같은 미래의 불안도 희미해지는 것 같았다.
이뿐 아니라 물건이 적으니 집은 넓고 깨끗해지고, 청소는 빨라지고, 옷 고르고 세탁하고 개는 시간도 줄고, 소비도 줄었다. 덕분에 책을 보거나 노을을 즐기거나 산책을 하는 등 온전히 휴식하고 중요한 일에 집중할 시간이 늘었다. 
나는 물건만이 아니라 몸, 소비, 할 일, 관계, 생각까지 내 삶 전체를 가볍고 단순하게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불필요한 것들을 비울수록 건강, 여유, 사람, 평온 등 ‘지금 여기’의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을 찾을 수 있었다. 삶은 더 이상 무겁게 나를 짓누르지 않았다. 법정스님이 말씀하신 무소유의 의미가 책을 읽고 10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이해가 갔다.
이런 과정에서 과거의 내 삶이 그토록이나 힘들었던 원인을 알았다. 그건 뭐든 너무 많이 하고, 사느라,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소진되었기 때문이었다. 물건이 늘수록 집은 좁아지고 통장이 텅 비었다. 더 많은 돈, 더 큰 집을 얻기 위해 할 일이 늘자 웃을 여유조차 잃어버렸다. 인맥은 늘었지만 마음은 더 허전했다. 스트레스를 풀고자 많이 먹을수록 건강을 해쳤다. 생각이 늘수록 걱정만 늘었다. 적게 소유하고 일하고 걱정해도 충분히 괜찮은 거였는데.

 

 

나를 사랑스럽게
단순한 삶은 나 자신을 진정 사랑하는 법도 알려주었다. 남의 시선만 의식해 산 예쁘지만 불편한 옷들을 비우자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 어울리는 옷이 남았다. 남들에게 잘나 보이고 싶어서 읽은 재미없는 책들을 비우자 지금의 내게 가장 필요한 책이 남았다. 
이렇게 남을 덜어내면서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진짜 나를 위하는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나를 더 아끼고 돌보게 됐다. 이제는 가공식품이나 배달음식을 잔뜩 먹으며 많은 화장품과 옷으로 몸을 감추는 대신 건강한 음식과 운동으로 내 몸을 돌보려 한다. 
그러자 남을 쫓는 삶이 아닌 나만의 행복을 찾고 싶어졌다. 타인의 물건을 부러워하고, 집 평수만 늘리는 삶은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 한 번뿐인 인생, 의미 있게 살고 싶었다. 물건을 사는 대신 배움을 샀다. 마침내 2014년 퇴사하고 원하는 일을 시작했다.

 

 

세상을 가치 있게
결과적으로 미니멀리즘은 과거와 미래의 불필요한 것들을 비움으로써 현재의 행복을 발견하게 해줬고, 남의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찾도록 해줬다. 남은 술을 먼저 비워야 새 술이 채워지는 것처럼, 삶의 군더더기를 덜어내면 새 인생이 채워졌다. 그래서 나는 미니멀리즘을 ‘내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을 찾는 과정이자 방법’이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미니멀리스트로 살면서 비움이 나의 변화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비움이 진행되면서 사회와 지구에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생겼다. 내게 불필요한 물건을 팔거나 기부하면 자원이 재순환되어 자원고갈과 환경오염에 기여했다. 기부한 물건이 팔린 돈은 소외계층을 돕는 데 쓰였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지나친 경쟁과 환경오염 등으로 몸살을 앓는 세상을 변화시킬 강력한 치유책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가지 예를 들면, 요즘 미세먼지가 심각한데, 이것은 물건을 대량생산해서 싼 값으로 전 세계에 공급하는 공장들이 내뿜는 매연의 원인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물건을 줄이면 자연스럽게 필요 이상의 소비가 줄 테고, 소비가 줄면 지나친 대량생산이 줄 것이며, 그렇다면 자원고갈과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사람들이 적은 물건으로 만족할 줄 안다면 아파트 평수를 늘리느라 많은 할 일에 시달리지도, 서로 밟고 밟히며 경쟁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이상적인 생각도 해본다.

 

 

단순한 삶 시작하기
이런 이유들로 나는 6년째 단순한 삶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만약 조금이라도 비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오늘부터 당장 물건 줄이기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단, 여기엔 중요한 질문 하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진정 ‘지금의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물으며 옷, 책, 서류, 추억의 소품 등을 소중한 물건만 골라 보고, 필요하지도 행복하게도 해주지 않는 건 비워낸다. 오랜 집착 때문에 시작이 어렵다면 유통기한 지난 제품이나 집안에 가득 쌓인 비닐봉지, 쇼핑백 같은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 순으로 차츰 단계를 높여도 된다. 그 다음 물건을 팔고 기부하며 다른 사람들과도 나눠본다. 
과거의 나는 삶이 힘들면 남들과 세상 탓부터 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와 세상의 긍정적인 변화는 아주 작은 변화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내 삶을 비우면서 배웠다. 많은 이들이 시기하기보다는 함께 웃고, 매일 잿빛 하늘이 아닌 아름다운 일몰을 보며 한가로이 걷는 삶을 꿈꿔본다. 그런 삶이라면 정말 살 만한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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