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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ESSAY 새로운 인생의 시작점에 서있는 중년이라는 이름의 그대들이 언제나 당당하기를. 언제나 행복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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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꽃중년의 비결은 ‘동사적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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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나이를 먹고 싶으신가요? 행복한 중년을 원하시나요?그럼 결단하세요. 그리고 즉시 행동하세요. 그럼 그동안 알지 못했던 일상의 행복을 맛볼 수 있습니다.

 

글 이경수 작가, · 등의 저자

 

한때 죽으려 했던 사내가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니 그의 지나온 삶은 싸구려였고, 앞으로 더 산다 한들 나아질 가능성은 없어 보였습니다. 외로운 마음과 처지를 이해해 줄 사람 또한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지하철에 몸을 던지려 했습니다. 지하철이 들어올 때 살짝, 정말 살짝만 몸을 앞으로 기울이면 고통스럽고 비루한 삶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지하철이 들어온다는 안내방송이 들리자 그의 심장은 터질 듯 뛰었습니다. 눈앞은 새하얘졌고 숨은 쉴 수 없을 정도로 가빠왔습니다. 머리속에서 둥~ 둥~ 북소리도 울렸습니다. 그때 그의 눈앞에, 마치 타자기를 두드리듯 한 글자씩 선연하게 찍히는 문장.

 

“바.람.이.분.다.살.아.야.겠.다.”

 

아주 오래전 책에서 읽었던 이 시구가 그를 살렸습니다. 지치고 힘들 때,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을 때, 존재 자체가 하찮다고 여겨질 때, 세상에 나 혼자뿐인 것처럼 외로울 때…. 그는 이 열 글자를 하나씩 떠올립니다. “바.람.이.분.다.살.아.야.겠.다.” 그러면 이런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좀 가벼워집니다. ‘한줄기 바람에서도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다는데 그까짓 것.’ 40대 초반, 심각한 우울증으로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 살아야 할 이유를 도무지 찾을 수 없었던 당시의 제 이야기입니다. 그 일을 겪은 지 벌써 10여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동안 제가 어떻게 살아왔냐고요?

 

잘 살아왔습니다. 시인이 스치는 바람 속에서 삶의 이유를 찾았듯, 저도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아주 잘 살아왔습니다. 거실 창으로 한가득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을 즐기며 고양이 녀석과 꾸벅꾸벅 졸고, 벚나무의 빨간 단풍을 두 눈에 담으며 뒷짐 지고 느긋하게 산책을 즐깁니다. 쇼핑몰에서는 아내 뒤를 열심히 따라 다니고, 해외 직구로 55인치 텔레비전과 독일제 압력밥솥도 구입했답니다. 가끔 간단한 요리를 해서 아내와 맥주잔을 기울이며 은퇴 후 삶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세탁기를 직접 돌리고 빨래도 칼같이 각 잡아 갭니다. 바싹 마른 빨래에서 나는 약간 비릿한 냄새가 사람을 얼마나 기분 좋게 하는지요. 얼마 전에는 3년 동안 부은 곗돈을 찾아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부부 동반으로 스위스 여행도 다녀왔습니다. 알프스 중턱 산장에 묵으며 밤새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눴지요. 참, 최근에는 미술학원에도 다닙니다. 자식보다 훨씬 어린 아이들과 연필 소묘를 하고 수채화도 그린답니다. 맘먹은 대로 잘 되진 않지만 뭐 어떻습니까. 제가 화가로 데뷔할 것도 아닌걸요. 저는 지금 ‘명사적 삶’이 아니라 ‘동사적 삶’을 살고 있습니다. 명사적 삶은 참 크고 무겁습니다. 성공, 명예, 지위, 권력 등등의 추상명사부터 자동차, 아파트, 가구, 가전 같은 구상명사까지, 듣기만 해도 헉 하고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좇으면 좇을수록 멀어지는 무지개 같습니다.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을 부르는 바닷물 같습니다. 마흔 초반의 그 일이 있기 전까지 저도 명사적 삶을 살았습니다. 소위 성공했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 밤을 낮같이 일했고, 좀 더 유명해지기 위해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며 내달렸습니다. 더 큰 자동차, 더 넓은 아파트를 소유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주변 사람들을 다그쳤습니다.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면서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향해 손을 뻗었습니다. 그럴수록 내 삶은 초라해졌고 가질수록 결핍해지기만 했습니다. 동사적 삶은 작고 가볍습니다. 졸다, 산책하다, 요리하다, 쇼핑하다, 마시다, 대화하다, 여행하다, 그리다 등과 같이 별로 노력하지 않아도 금세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하면 즐겁고 마음이 꽉 찹니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아도 되고 혼자 해도 그만인 것들입니다. 이런 동사적 삶은 주변으로 확산하는 특징을 가졌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꾸벅꾸벅 졸다보면 생명의 따뜻함과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 산책하면서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고 무심히 지나쳤던 나무와 풀의 이름도 알게 됩니다. 마시고 대화하면서 상대방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이해할 기회를 얻습니다. 부는 바람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던 시인의 마음을 여기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나이 든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표현을 좋아합니다. 나이가 든다는 건 가만히 앉아있어도 세월이 내 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나이 먹는다는 말을 가만히 곱씹어보면 나이가 갖고 있는 속성, 특징 같은 것들이 내 몸에 하나씩 차곡차곡 쌓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나이는 그만큼 살아온 시간, 그 시간 동안 경험한 것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이만큼 살아올 동안 부와 명예, 권력, 자동차, 아파트 같은 명사적 삶을 추구했다면 결국 그런 것들이 빚어낸 초라함과 상실, 피폐함이 내 안에 고스란히 쌓여 있을 것입니다. 동사적 삶을 추구하면서 사소한 것에서 기쁨을 느끼고 충만한 삶을 경험했다면 그런 행복한 감정들이 시간과 함께 내 속에 누적돼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름답게 나이 먹는다는 것은철저히 동사적 삶을 사는 것입니다. 가지지 못한 것을 욕망하며 추구하는 삶에서 벗어나, 가지고 있는 것에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고 누리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동사적 삶을 살 땐 꼭 뭔가를 이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도 좋습니다. 미완성이면 어떻습니까? 하다가 포기하면 또 어떻습니까? 저는 수년 째 영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 드라마를 보다가 허접한 자막에 실망해 자막 없이 미드를 즐기려고 시도했는데, 아직 절반도 알아듣지 못합니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습니다. 그 정도가 어디냐며 스스로 대견해 합니다. 제가 동시통역사가 될 것도 아니고, 외화 번역가가 될 것도 아닌데 뭘 목숨 걸고 악착같이 하겠습니까. 뭔가를 한다는 것이 중요하지, 뭔가가 된다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독일 실존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결단하면 자유로워진다.”

 

저는 이 한 마디에 제가 추구하는 동사적 삶의 핵심이 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결단하면 행동하게 되고, 행동하면 자유로워지고, 자유로워지면 행복해지니까요. 아름답게 나이를 먹고 싶으신가요? 행복한 중년을 원하시나요? 그럼 결단하세요. 그리고 즉시 행동하세요. 그럼 그동안 알지 못했던 일상의 행복을 맛볼 수 있습니다. 참, 제 생명을 구해준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는 시구는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Paul Valery)의 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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