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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ESSAY 오랜만에 갖게 된 휴가. 당신을 위한 여행지는 어디가 좋을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멋진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바닷가? 하얀 눈으로 뒤덮인 겨울 산? 그것도 아니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레저타운? 어디서 무엇을 하든 여행을 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여행의 8할은 먹는 낙’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다. 맛과 영양은 물론 간편한 레시피로 당신을 즐겁게 만들어줄 한우 스페셜 요리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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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 에세이

다시 시작할 용기를 주는 예술과 자유의 도시 더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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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더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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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지만, 그곳을 다른 사람들이 방문하는 모습을 보면 ‘아,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다시 갈 수 있다면 이번엔 더 멋지게, 더 완벽하게 여행할 수 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고개를 드는 것이다. 최근 더블린을 배경으로 하는 JTBC의 예능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거리의 음악가가 되어 낯선 외국 도시에서 새로 태어나는 이야기. 나는 그저 ‘여행’을 했을 뿐인데, 그들은 그곳에서 가수로서의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있었다.

 

writer+photographer 정여울 여행칼럼니스트

 

 

길 위에서 열정을 노래하다

거리의 음악가로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언제 비가 올지, 언제 눈이 올지 모르고, 온종일 목이 터져라 노래해도 몇 푼 벌지 못할 때도 잦다. 하지만 가장 두려운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아무도 내 노래에 귀 기울여 들어주지 않으면 않을까’라는 걱정. ‘내가 아무리 거리에서 노래를 불러도 결국에는 훌륭한 가수가 되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공포. 그것만큼 힘든 일이 있을까. 그럼에도 오늘도 더블린의 버스커들은 노래하고 또 노래한다. 그 두려움을 더 오래, 더 지혜롭게 이겨내는 자들이야말로 훌륭한 아티스트가 될 것이다. 더블린에서 나는 ‘버스커의 마음으로’ 인생을 사는 것이야말로 용감한 일임을 깨달았다.

그 어떤 간판이나 계급장도 떼 버린 채, 오직 음악으로만 승부를 거는 것. 나는 더블린에서 수많은 버스커의 연주와 노래를 들으며, 내 글 또한 그들의 음악처럼 영원히 ‘길 위의 열정’을 간직할 수 있기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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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작가의 기록

더블린에서 내가 가장 먼저 찾은 것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흔적이었다. 조나단 스위프트, 버나드 쇼, 제임스 조이스, 사무엘 베케트, 그리고 오스카 와일드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모두 더블린 출신이거나 더블린에서 작품활동을 한 작가들이다. 이 작고 가난한 도시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를 무려 네 명이나 배출했다고 하니, 더블린에는 문학의 감수성이 거리 곳곳에서 넘쳐 흐르는 것만 같았다. 더블린 작가박물관에서 사무엘 베케트와 제임스 조이스를 비롯한 수많은 작가의 흔적을 하나하나 더듬어 보니, 문학을 태어나게 하는 힘은 풍요나 권력이 아니라 결핍과 고통임을 새삼 느낄 수가 있었다. 훌륭한 작가들은 자기 앞에 놓인 결핍, 가난, 슬픔, 콤플렉스, 그리고 트라우마와 싸웠다. 그 싸움의 기록이 바로 그들의 문학이었다.

 

 

예술작품, 꽃을 피우다

더블린 국립박물관에서는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많이 만났는데, 그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어느 난파된 배에서 발견된 수백 년 전의 신발이었다. 한 땀 한 땀 손바느질을 해서 기워 만든 가죽신이었다. 수백 년 전의 신발이 저토록 완전한 모습을 띠고 있다니. 배가 난파하여 바닷속 진흙에 파묻혀 있었기에 손상되지 않고 더욱 완전한 모습으로 보존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가죽신은 유명한 예술가의 작품이 아니었지만, 그저 평범한 일상 속에서 그토록 아름다운 솜씨를 피워낸 더블린의 한 이름 없는 장인(匠人)의 숨결이 그대로 전해졌다. 가죽신을 만드는 것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었을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그를 위해 단 하나뿐인 신을 만든 로맨틱한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나는 예술작품의 아름다움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한 평론가가 극찬한 작품도 아니고, 소더비 경매에서 최고가로 팔린 작품도 아니지만, 내 눈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죽신으로 보였다. 누군가의 가슴을 이토록 따뜻하게 물들일 수 있다면, 그것은 굳이 교과서나 역사책에 등장하지 않아도 위대한 예술작품이 아닐까.

 

 

한여름의 묘미, 기네스 공장

더블린에서 꼭 가봐야 할 또 하나의 명소는 바로 기네스 공장이다. 기네스 맥주를 만드는 공장이긴 하지만 그 자체로 훌륭한 맥주 박물관이다. 맥주를 만드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무엇보다도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의 흥겨운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기네스 공장은 더블린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멋진 전망대이기도 하다. 화려하지 않지만 수천 년의 역사가 자연스럽게 켜켜이 쌓인 더블린의 도시 풍경을 내려다보며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그들의 행복한 미소를 보는 것만으로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과거에 기네스 맥주의 독특한 향미를 증진하기 위해 ‘생선 부레’가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다른 맥주에는 없는 그 걸쭉한 감칠맛이 바로 생선 부레의 맛이었구나 싶었다. 그래서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채식주의자들은 기네스 맥주를 마시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채식주의자가 점점 늘어나는 유럽에서는 천하의 기네스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기네스 맥주는 무려 256년 만에 제조 방식을 바꾸어 생선의 부레로 만든 부레풀(Isinglass) 사용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한다. 기네스 공장의 또 다른 매력은 공연이다. 더블린 거리를 걷다 보면 음악이 흐르지 않는 곳이 거의 없는데, 기네스 공장에도 어김없이 멋진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전문 가수들의 라이브 공연을 관람하며 기네스의 향기를 즐길 수 있는 무대도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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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들을 위한 노래

더블린의 밤에는 가수들의 훌륭한 라이브 공연을 볼 수 있는 펍이나 바에 들러봐도 좋다. 템플바에는 거의 매일 밤 멋진 공연이 펼쳐지는데 더블린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여든 관광객으로 늘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독일 뮌헨에 호프브로이하우스가 있다면, 더블린에는 템플바가 있다. 규모는 훨씬 작지만 전 세계 여행자들이 모여 저마다의 국적을 잊고 아름다운 음악과 향기로운 맥주에 빠진다는 점은 정말 똑같다. 가수들은 ‘어느 나라에서 오셨냐’고 묻고 자신들이 아는 그 나라의 노래를 즉석에서 불러주기도 한다. 그날은 캐나다에서 더블린으로 멀리까지 날아온 여행자들을 위해 캐나다 민요를 불러주는 가수들의 재치가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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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되, 강인했던 더블린

추운 겨울날, 런던 못지않게 우울한 날씨를 자랑하는 더블린이었지만 나는 그곳에서 예술과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예술과 문화의 힘으로 가난과 역경을 이겨낸 더블린 사람들의 강인함을 보았다. 몸도 마음도 권태와 피곤으로 물들어 있을 때, 도저히 이 상태로는 안 되겠다 싶을 때, 그럴 때 나는 여행에 대한 타는 듯한 갈증을 느낀다. 더블린은 내게 여행의 갈증뿐 아니라 인생 자체의 갈증을 없애준 도시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싱그러운 예술의 꽃을 활짝 피운 작가들의 도시 더블린. 나는 그곳에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었다. 글쓰기도 인간관계도 그리고 삶도. 여행이 아름다운 이유, 그것은 여기가 끝이 아님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장소의 힘, 그리고 우리에겐 언제나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람들의 따스한 미소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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