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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ESSAY 캠핑은 결코 쉽지 않지만, 즐거운 일들로 가득하다. 푸른 자연을 구경하는 일부터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는 일, 숲을 걸으며 흙을 밟는 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일까지, 일상에서 경험하지 않았던 행복한 순간의 연속이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캠핑의 즐거움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먹음직스러운 요리를 만드는 일! 제아무리 비싼 레스토랑이라 해도 숲 속 식당에서 먹는 요리에 비할 바가 아니다. 여기, 캠핑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다양한 한우요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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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 에세이

살면서 한 번쯤 다시 가고픈, 그때 거기 아치스국립공원 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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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목적지는 어디로 하지?” 이 이야기를 나눈 것은 미국 와이오밍주에 있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였다. 몇 시간 전만 해도 하늘이 티 한 점 없이 맑았는데, 갑자기 흐려지더니 비가 잠깐 내리고 BB탄보다 큰 우박이 내리고 있었다.

“아치스국립공원으로 가자. 나 은하수 보고 싶어.” 사진을 찍는 친구는 유난히도 별을 좋아했다. 언젠가 은하수 사진을 찾다가 아치스국립공원의 아치 너머로 흩뿌려진 은하수를 봤다고 했다. 옐로스톤에서 880km. 달리기 좋은 거리다.

 

writer 경원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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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0km면 부산에서 서울을 거쳐 개성과 평양을 지나 신의주를 찍고 중국 땅으로 넘어갈 수 있는 거리다. 와이오밍주와 아치스국립공원이 있는 유타주는 이웃하고 있지만 두 공원의 거리는 제법 됐다. 하지만 결론은 쉽게 내려졌고, 두 남자의 대화는 금방 끝났다. 목적지는 아치스국립공원. 하루 신나게 달려보지 뭐.

 

 

 

돌과 바람이 만든 아치의 향연, 아치스국립공원

공항에서 빌린 닛산 센트라는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눈 내린 시골길에서, 우박 떨어지는 국립공원에서도 우리를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이른 새벽 옐로스톤국립공원을 출발해 15번 고속도로를 탔다. 어떤 얘기도 거리낌 없고 아무 말이 없어도 어색하지 않은 차 안의 분위기 덕에 자동차 여행은 지루하지 않았다. 문제는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온도 차. 불과 몇 시간 전 고속도로에서 우박 세례를 받았는데 저녁 풍경은 사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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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나 덥겠지?” / “에어컨 켜둔 차에서도 열기가 느껴진다.”

“씻을 데는 있을까?” / “바랄 걸 바라야지.”

“그치? 근데 풍경은 진짜 끝내주네.” / “그러게. 어떻게 이런 풍경이 가능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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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스국립공원. 얼마나 아치가 많으면 국립공원 이름을 아치로 지었겠나. 관리사무소에서 산 지도에는 크고 작은 아치와 조형물들이 76,519개라 한다. 아치스국립공원의 상징과도 같은 건 델리케이트 아치. 미국의 자동차 번호판에는 각주의 대표적인 상징물을 그려 넣는데, 유타주의 번호판에는 델리케이트 아치가 있다. 주차장에서 모래바람을 뚫고 언덕을 올라 2.3km를 걸어 아치 앞에 서면 이해가 된다. 왜 유명한지, 왜 ‘델리케이트’인지. 아치들은 바람의 작품이다. 멀고 먼 옛날, 지각 변동이 있었을 때 바다 밑 사암이 솟아올랐고, 바닷물이 마른 후 바람에 의해 약한 부분부터 풍화되었다. 풍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근 50년 동안 40개 이상의 아치가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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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를 만든 것이 자연이라면, 아치를 무너뜨리는 것 역시 자연이다. 미국은 아치를 보존하려 애쓰지 않고 그냥 내버려둔다. 자연이란 그런 거니까. 아치가 생기고 사라지는 이치보다 우리에게 더 중요한 건 하룻밤을 머물 곳을 찾는 거다. 방문자 센터를 찾았다. 우리로 치면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정도다. 백컨트리 트레일과 캠핑 사이트에 대한 정보를 얻고 허가를 받기 위해서였다. 우리가 추천받은 곳은 코트하우스 건천(Courthouse Wash)을 따라 가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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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시(wash)는 얕은 개울의 지천이나 강의 바닥을 뜻한다. 혹시나 물을 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했지만 관리사무소의 금발 아가씨는 아마도 없을 확률이 99%라고 잘랐다. 배낭에서 정수기를 빼고 물을 각자 5씩 챙겼다. 관리사무소 레인저는 딱 한 가지를 강조했다.하루에 물 1갤런, 그러니까 약 4의 물을 꼭 마시라 했다. 관리사무소 앞 식수용 수도꼭지에서 수낭과 물통, 빈 생수통과 주스통까지 죄다 물을 채웠다. 마시는 데만 4리터라면, 씻는 건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포기했지만 저녁과 아침 두 끼 정도 끼니를 해결하려면 동결건조식만 먹어도 하루 1 정도의 물이 더 필요할 테니. 물을 든든하게 확보하고 나니 배낭이 무거워졌다. 물을 덜어내 무게를 줄여 체력을 아낄 것인가, 어차피 저질 체력이니 조금 더 고생하더라도 마실 물을 넉넉하게 챙길 것인가. 우린 후자를 택했다.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 길 옆 작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배낭을 꾸렸다.

 

 

 

사막의 은하수

지도를 보고 가야할 길을 살폈다. 물줄기가 없어도 그 흔적을 따라서 1.6km 정도만 들어가면 된다. 작은 텐트 두 동 칠 곳이야 없겠는가. 출발. 아, 첫 발짝부터 겁나 뜨겁다.

비가 언제쯤 내렸을까? 코트하우스 건천에는 여기가 한때 강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흔적만이 남아있다. 간혹 물기가 남은 모래도 있긴 했다. 지도의 푸른 선만 보고 물은 적더라도 강가를 따라 산책에 가까운 트래킹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보기 좋게 뒤틀렸다.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길과 길이 아닌 곳은 구분되지 않았고, 가파른 오르막은 없었지만 그늘 없는 땡볕은 따가웠다. 배낭에 달아둔 온도계는 50℃를 가리켰다. 나타낼 수 있는 온도가 50℃까지이니 그 이상일 수도 있단 얘기다. 그러다 쉬기 위해 나무그늘을 찾아들면 서늘했다. 다시 출발하면서 본 온도계는 20℃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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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없었고 지도를 보고 갈 만한 길을 찾아서 가야 했다. 강에는 한때 물이 흘렀던 흔적만 있었다. 간혹 ‘길인가?’ 싶을 정도로 희미한 흔적은 있었지만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때론 강의 이쪽으로 때론 강의 저쪽으로, 잡목이 우거져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을 때면 다시 돌아와 갈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했다.

그러다가 해가 아치스의 아치들을 빨갛게 물들일 무렵 거대한 벽을 만났다. 치고 올라갈까? 하지만 이곳의 저 붉은 성채들은 관람과 감상의 대상이지 등반의 대상이 아니다. 벽에 직접 손을 댈 수 있는 건 태양과 바람뿐이다. 지도상의 물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본류가 아닌 지류의 흔적을 따라 간 모양이다. 지도를 펴 벽의 지형과 나침반의 방향을 살펴보니 그런 것 같다. 뒤로. 거의 도로까지 나와 본류의 흔적을 따라 큰 벽을 끼고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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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쯤 왔을까. 다시 지도를 폈다. 거대한 바위 군락을 지나 코트하우스 건천이 벽과 가까워지는 부분. 아치스국립공원 백컨트리의 규정상 도로에서 1마일(1.6km), 트레일에서 0.5마일 떨어진 곳에 텐트를 칠 수 있다. 지도를 보니 직선거리로도 1마일은 넘는 것 같았다. 이제 트레일에서 400m만 떨어지면 된다. 트레일 자체가 분명하지 않아 충분히 떨어진 곳까지, 그리고 전혀 보이지 않는 곳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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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이미 벽 너머로 사라졌지만 공원 자체가 해발 1200m 정도의 고원이어서 여명은 꽤 오래 갔다. 수풀과 잡목을 헤치고 들어가니 텐트를 칠 만한 곳이 나왔다. 더구나 뒤로는 거대한 바위가 남근석처럼 우뚝하게 솟았으니 잠들기 전까지 짙푸른 밤하늘과 검붉은 바위를 감상하면 될 일이었다. 지도상에는 아무런 표기도 없는 무명의 바위지만 며칠 곁에 두고 머물기에는 충분히 훌륭했다.

날이 더워 비박을 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접었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면서 온도도 뚝 떨어졌고, 소변 보러 들어간 숲 속에서 새끼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는 붉은 전갈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곳에선 모든 것이 휴식이었다

쉽게 잠들 수 있었겠나. 별이 저리 총총한데. 달은 그림자를 드리울 정도로 휘영청이었건만 별은 반짝거렸다. 달과 별을 함께 볼 수 있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초저녁 밝은 달의 모습에 별에 대한 기대를 접었는데 달이 지자 별이 가득했다. 밖에서 밤을 지샌 카메라에는 은하수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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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곡의 푸른 심장부에서, 절벽은 엄격한 구도와 거친 선을 벗어나 작고 아늑한 구석을 하나 만들고, 거기에 달콤함과 부드러움을 채워 넣었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휴식했다.’ 잭 런던(Jack London)이 쓴 <순금의 협곡>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가 며칠 밤을 보낸 곳도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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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스국립공원에서 백패킹하기

예약 필요 없고 무료

모든 내용은 방문자 센터에 가면 설명해준다. 백패킹은 도로에서 1.6km, 트레일에서 800m 떨어져야 하고 길과 트레일에서 보이지 않아야 한다. 예약은 할 수 없고 이용료도 없다. 관리사무소에 문의하면 필요한 내용을 묻고 원하는 지역에서 백패킹을 할 수 있는 허가서를 준다. 허가서는 백패킹 내내 가지고 다녀야 하고 주차허가증 역시 차에다 두어야 한다.

아치스국립공원에서 캠핑을 하겠다면 5월 말~6월 초, 9월 말~10월 초가 좋겠다. 봄과 가을의 낮 기온은 20℃ 내외로 선선하지만 해가 지면 0~10℃ 정도다. 겨울에는 당연히 영하. 6~9월은 낮 기온이 30℃를 넘기고 일교차가 15℃ 정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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