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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ESSAY 캠핑은 결코 쉽지 않지만, 즐거운 일들로 가득하다. 푸른 자연을 구경하는 일부터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는 일, 숲을 걸으며 흙을 밟는 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일까지, 일상에서 경험하지 않았던 행복한 순간의 연속이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캠핑의 즐거움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먹음직스러운 요리를 만드는 일! 제아무리 비싼 레스토랑이라 해도 숲 속 식당에서 먹는 요리에 비할 바가 아니다. 여기, 캠핑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다양한 한우요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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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티 트래블

세 번의 캠핑, 세 개의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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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캠핑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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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을 하는 이들에게 제주가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우선 섬이기 때문에 배든 비행기든 타야 하는데, 그 과정이 일상에서 벗어나는 과정이기도 하다. 물론 이는 다른 섬들도 마찬가지다. 더 중요한 건 제주는 그냥 제주이기 때문이다. 뭍과는 날씨도 다르고 풍경도 달라서 제주는 다른 섬들과 구분된다. 천의 얼굴을 지녔기에 갈 때마다 다른 제주를 만날 수 있다. 세 번의 캠핑을 했다면 세 개의 제주를 겪은 셈이다.

 

writer 서승범 캠핑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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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생의 숲길’ 걷기

숲을 보호하기 위해 알파인스틱이나 노르딕워킹용 스틱 등 스틱 사용을 금지한다.

매주 월요일 또는 비나 눈이 많이 올 때는 숲길을 통제하니 날씨가 좋지 않다면 휴양림에 미리 문의할 것.


 

걷고 걸었다. 그래도 걷고 싶다

제주의 모습을 가장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사진가 김영갑이 애착을 갖고 미친 듯이 찍었던 것은 오름이었다. 오름이란 한라산에 딸린 기생화산을 가리킨다.

절물오름은 절물자연휴양림 안에 있기 때문에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어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하지만 코스를 잡기에 따라서는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오름을 느낄 수 있다. 절물오름 이곳저곳의 속살들을 느낄 수 있도록 닦아둔 길의 이름은 ‘장생의 숲길’이다. ‘장생의 숲길’은 오래 살고픈 이들이 걷는 숲길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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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챙겨 숲길을 걷고,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기를 두세 차례, 땀은 흘렀다 멈추기를 반복했고 옷은 젖었다가 마르기를 거듭했다. 절물오름 전망대에 올라 멀리 서쪽의 우도를 비롯해 제주의 동서남북을 살피다가 아직 시간의 여유가 있음을 확인하고 우리는 잠시 토막잠을 즐겼다. 깼을 때, 해는 반 뼘쯤 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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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잠자리를 만들고 캠핑을 즐길 시간. 텐트를 편 곳은 제주청소년야영장이다.

제주청소년야영장은 중산간 지역에 있어 제주시와 멀리 제주 북쪽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달무리에 무지개가 선 것도 좋았고, 구름 흘러간 자리에 돋은 별도 좋았으나, 가장 좋았던 건 몸에 물 끼얹을 수 있었던 초록색 바가지였다. 제주에 사는 지인이 캠핑에 합류하며 ‘비장의 필수품’을 챙겨온 거다. 말하자면, 사람이 많지 않아 캠핑을 즐기기엔 좋지만 시설도 아주 좋진 않아 코펠이나 바가지가 있어야 개운하게 씻을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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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세팅이 끝날 무렵, 해가 구름 속으로 숨으면서 하늘이 삽시간에 붉게 물들었다. 하늘은 시시각각으로 그 톤을 조금씩 달리하며 장관을 선사했고, 우리는 멍하니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장관의 절정인 붉은 태양은 한라경찰수련원이 떡하니 가로막고 있어 보지 못하고, 그 빛에 물든 구름과 하늘만 보았다.

 

 

 

바다 빼면 서운한 제주

우리나라의 대표 섬 제주에서 바다를 빼고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제주의 해변은 새하얀 모래사장부터 까만 현무암질의 바위 해변,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마주한 해변 등 실로 다양한 풍경을 보여준다.

곽지과물해변을 처음 안 건 3~4년 전 제주에 출장 갔다가 제주에 사는 지인을 통해서였다. 제주 곳곳에서 캠핑을 하며 여행을 즐기는 그가 하룻밤 캠핑을 함께 한 뒤 헤어지면서 해변을 추천해달라는 말에 1초도 머뭇거리지 않고 소개한 곳이 곽지과물해변이다. 시간이 지났고, 제주를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다양해졌기 때문에 예전 같은 여유로움은 덜하겠지만 그 자연의 아름다움은 그대로일 테니, 꼭 들러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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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니 ‘곽지과물해수욕장’이 쓰인 이정표가 있다. 도로에서 바다로 향하는 길, 조금 걸으니 멀리 바다가 보인다. 비색의 바다가 성큼성큼 다가온다.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g on the heaven’s door)’의 로맨틱 버전이랄까.

우리는 캠핑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큰 배낭에 꾸려 넣었다. 근사한 숲 속에도 텐트를 칠 수 있고 바닷가 모래사장이 보이는 곳에도 캠핑을 할 수 있다. 숲 속은 머물기 좋지만 바다가 보이지 않고, 바다가 보이는 곳은 그늘이 없다. 아직 봄이니 바다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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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선사하는 거대한 수평의 세계는 그 자체로 평화로웠고, 바쁘게 몸을 놀리던 어제와 달리 한량처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평화로웠다. 혹 남국의 봄볕이 따갑다면 해변 바로 앞에 있는 노천탕에서 참방거려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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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모든 바닷가 캠핑장을 가본 것도, 사방이 바다인 제주의 모든 바다를 본 것도 아니지만, 곽지과물해수욕장의 바다는 참 근사하다. 연한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바다부터 짙푸른 심연을 지닌 먼 바다까지 골고루 보여준다. 게다가 캠핑장이 있고, 무료다. 캠핑 사이트는 곳곳에 있다. 모래사장 바로 앞도 있고, 좀 떨어진 송림 안에도 있다. 이곳을 찾는다면 왕복 2.5km 정도 되는 바닷가를 따라 난 한담산책로를 권하고 싶다. 곳곳에 동물을 닮은 바위들이 있어 구경하기도 좋고, 일몰을 감상하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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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화의 상징 ‘올레’

집 대문에서 큰길에 이르는 좁은 길을 뜻하는 제주 방언. 이런 길들을 이어 제주를 한 바퀴 돌 수 있게 만든 것이 제주올레다. 26개 제주올레길을 모두 걸으면 425km로 제주도 해안선 길이의 약 두 배에 달하는 거리다.


 

 

모슬포 앞 바다에서 절벽 위 박수기정까지

공항에서 모슬포 가는 버스를 탔다. 모슬포는 제주올레 10코스가 끝나고 11코스가 시작되는 곳이다. 여기로 정한 이유는 며칠을 즐겨도 모자랄 정도로 즐길 거리가 많은 코스이기 때문이다. 우선 10코스는 우뚝하게 솟은 송악산을 따라 걷는 길이자 바람 센 남쪽 해안을 따라 걷는 길이다. 모슬포항에서 배를 타고 조금만 가면 가파도가 나온다. 가파도 청보리밭을 걷는 10-1코스의 절정은 4월 초다.

우리는 10코스를 거꾸로 걸었다. 목적지는 9코스 중간에 있는 박수기정. 20km 남짓,

한 코스 반 정도를 이틀에 걸쳐 걷기로 했다. 한동안 송악산과 산방산 등을 끼고 걷다가 어느 순간에는 또 사계리 해안에서 바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한참을 걷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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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코스에는 4.3항쟁 희생자 추모비가 있는 섯알오름도 있다. 산방산과 송악산은 끼고 돌지만 섯알오름은 타고 올라야 한다. 섯알오름은 아름다운 풍경을 지녔으면서도 그 안에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한국전쟁 때는 집단학살이 강행된 현장이었고, 그보다 전인 일제시대에는 미국의 일본 본토 공격을 막기 위해 제주도를 최후의 방어진으로 삼아 도민들을 강제동원해 만든 일본의 지하 벙커였다.

첫날은 정자에서 묵었다. 길을 걷다 날이 저물었고 사람 드문 해안에 올레꾼들이 쉴 수 있도록 정자가 있었다. 주변에 수도시설과 화장실이 있는지만 확인하고 정자에 짐을 풀었다. 세팅은 최대한 간단하게. 식사는 인근 식당에서 해결하고 매트리스와 침낭만 풀었다. 그래야 다음날 사람들이 바닷가를 찾기 전에 철수할 수 있으므로.

둘째 날도 바닷가를 따라 하염없이 걸었다. 절벽 위의 소나무 숲에서 내려다보는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이곳을 지나는 백패커들이 종종 캠핑을 시도하려 했으나 박수기정 정상부의 땅이 사유지이기 때문에 그동안 캠핑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워낙 사람들이 많이 찾고 경관에 감탄을 하는지라 소유주가 많지 않은 인원이라면, 자연을 아끼고 보호할 줄 아는 캠퍼라면 캠핑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혹 절벽 위 솔숲에서 바다를 보며 캠핑을 하고 싶다면 공을 들일 일이다.

 

 

 

OUTRO

‘행복한 순간이 과거로 지나가고 그것을 되돌아보면서 우리는 갑자기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깨닫는다. 그러나 그 크레타 해안에서 나는 행복을 경험하면서, 내가 행복하다는 걸 실감하고 있었다.’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말이다. ‘크레타’를 ‘제주’로 바꾸어도 고스란히 들어맞는다. 혹은 오름이나 바다, 올레를 넣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제주의 봄은 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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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슬포 명품한우전문점

질 좋기로 명성 높은 제주한우를 맛보지 않고 제주를 다녀오기란 섭섭한 일. 고단한 여행 중 체력 보충이 필요하다면 모슬포 토요시장 근처의 명품한우전문점을 찾아보자. 입구에서 고기를 구입해 상차림비를 내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정육식당에 가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한우구이를 즐길 수 있다. 아늑한 실내 인테리어는 체력적으로 고단한 캠핑 여행자의 막간 쉼터가 될 듯. 넉넉한 인심과 한우 맛은 말할 것도 없다.

- 주소 :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최남단해안로 37

- 전화 : 064-792-8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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