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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ESSAY ‘만들이’란 소와 함께한 우리 민족의 세시풍속 중 하나입니다. 농사를 가장 잘 지은 집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잔치를 벌였던 풍속이지요. 국민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 한우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만들이! <만들이>는 우리 땅에서 건강하게 자라는 우리 한우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국내 유일의 한우문화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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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맛따라

순천만과 국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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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순천에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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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음의 순천에는 ‘만’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붙는다. 때로 ‘순천만 갈대밭’이라고도 불리나 그냥 ‘순천만’이라고 부르는 게 낫다. 갈대밭은 애써 말하지 않아도 연상되기 때문이고, 갈대밭 외에도 칠면초 군락지, 이들이 뿌리내리고 있는 갯벌, 그 갯벌에서 삶을 영위하는 짱뚱어와 칠게, 겨울을 나기 위해 먼 길 날다가 잠시 쉬어가는 흑두루미까지 끌어안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순천만국가정원까지 아우를 수 있게 되었다. 갈대밭과 국가정원에서 보낸 이틀의 기록이다.

 

글 서승범 사진 정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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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이 순천인 이유, 순천만

순천만이 순천의 절정인 이유는 그 넉넉함에 있다. 순천만은 동쪽의 여수반도와 서쪽의 고흥반도가 만든 만이다. 남북으로는 30km에 이르고 동서로도 20km에 달할 정도다. 면적으로는 250㎢가 훨씬 넘는다. 이 너른 바다에서 꼬막도 잡고 낙지도 잡고 서대도 전어도 낚아 삶을 영위해왔다. 순천만은 순천 사람들의 삶을 넉넉하게 보듬고 있다. 지도로 본 순천만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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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안으로 본 순천만은 어떨까. 순천만은 순천에서 동천이, 보성에서 벌교천이 흘러든다. 순천만의 북동쪽 끝, 동천이 남해로 접어드는 좁은 지역을 순천만이라고도 부른다. 큰 순천만 속 작은 순천만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순천만 갈대밭의 낙조는 이 작은 순천만의 것이다. 순천만 습지 입구 주차장에 차를 대고 천천히 걸어 순천만을 느껴보기로 했다.

순천만이 순천의 정수라면 그건 가을의 몫이다. 작은 순천만이라고는 해도 그 면적이 75㎢가 넘고 갯벌의 면적도 22㎢가 넘는다. 그 풍성한 황무지인 갯벌에는 갈대 군락이 펼쳐지는데, 군락지만 5.4㎢에 이른다. 이 거대한 갈대 군락이 가을이 깊어지면 온통 황금색으로 물들어 바람이 일 때마다 춤을 춘다. 해라도 넘어갈라치면 순천만의 이야기는 절정에 이른다. 순천(順天)은 하늘에 따른다는 뜻이다. 그래서 순천은 곧 순리(順理)인데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 순천 사람들의 여유와 너그러움은 물산의 풍요와 이러한 풍경의 풍요가 오랜 세월 빚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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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을 찾은 건 8월 말이었다. 물론 겨울잠 같았던 기나긴 더위는 끝났다. 가만있어도 끈적해져 잠을 설치는 일은 없었으니. 하지만 한낮의 순천만은 몇 발짝만 걸어도 땀이 송골송골 솟았다. 더 아쉬운 건 아직 절정에 이르지 못한 갈대밭이다. 8월이라 아직은 갈대도 청춘이어서 푸르렀다. 처음 들른 사람이라면 이도 좋겠지만 순천만의 정수인 황금빛 갈대밭을 기억하는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가을 추수가 이뤄지고 풍요로운 마음으로 추석을 보내고 나면 순천만에 가을이 깃들 것이다. 아직 푸른 갈대밭을 지나면서 순천만의 황혼을 보고 싶어졌다. 용산에 오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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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순천만을 즐기는 두 방법, 용산과 와온

실은 잠시 고민했다. 해 질 녘의 순천만을 감상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조감의 높이에서 감상하거나 지는 해와 눈높이를 맞추거나. 하늘을 나는 새의 눈으로 순천만 일대의 황혼을 감상하려면 용산전망대에 올라야 한다. 혹은 지는 순간의 해와 눈높이를 맞추는 방법도 있는데, 순천만에서는 와온해변을 찾아야 한다.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되는데, 우리는 용산에서 새가 되어보기로 했다. 갈대밭을 건너는 동안 높은 곳에서 본 풍경이 궁금하기도 했고, 내일 아침 바닷가에서 일출을 볼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갈대밭이 끝나는 지점에 오면 용산 들머리가 시작된다. 여기서 전망대까지는 1.8km. 왕복 40분 걸린다고 되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정보다. 가파른 오르막이 있는 건 아니어서 40분~1시간이면 오갈 수 있는 거리이긴 하지만 시간 계획을 짠다면 2시간 정도 잡는 것이 좋다. 특히 해가 지는 시간대라면. 못해도 한 시간 정도는 넋을 놓고 보고 있어야 할 터이니. 8월 말의 해는 7시쯤 저물었다. 전망대에 도착한 것은 6시 40분쯤. 아직 낮이지만 일몰이 임박하면 사람들이 모여들 테니 조금 일찍 가는 게 좋다. 전망대에서 우리는 해가 완전히 서산을 넘어가고 여명이 조금씩 사라질 때까지 머물렀다. 내려오면서 생각했다. 시월이 끝날 무렵 다시 와야지. 그때는 저 갈대도 노오랗게 물들었을 것이고 운이 좋다면 일대를 나는 흑두루미도 볼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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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두루미는 순천만의 생태를 상징한다. 두루미는 15종이 있는데, 그중 7종이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흑두루미 역시 마찬가지. 이 흑두루미가 10월 중순에서 말이면 순천만을 찾는다. 단순히 날씨가 맞고 먹을 게 풍부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심 좋은 순천 사람들도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 혹 흑두루미가 날다가 다치지 않도록 200여 개의 전신주를 뽑았고 무농약 농사로 지은 쌀을 논에 뿌려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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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맞지 않아 흑두루미는 만나지 못했지만, 다른 친구들을 만났다. 갈대숲 사이로 난 데크 어느 곳에서라도 걸음을 멈추고 데크 아래를 보고 있으면 만날 수 있는 친구들. 짱뚱어탕으로도 유명한 작고 못난, 그래서 더 정감 가는 짱뚱어, 농게, 칠게 등이 진회색의 갯벌에 구멍을 숭숭 뚫어 왔다 갔다 한다. 저 흙밭에 뭐 그리 먹을 게 있다고 바쁜가 싶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뭐 대단한 일한다고 하고 싶은 것 못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나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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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진 배 든든하게 채우는 명가원 본점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가 내세우는 특산물 중에 가장 많은 건 단연 한우다. 전국에 내로라하는 한우들이 꽤 있는데 순천도 그렇다. 반나절을 늦여름 볕에서 걸어 다니다가 날이 저물고서야 순천만에서 나온 우리는 명가원을 향했다. 여기서 만난 건 ‘지리산 순한한우’다. 지리산과 상관도 없는 순천에서 웬 지리산이냐 할지도 모르겠다. 13년 전, 전라남도 동부권의 7개 축산농협이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순천/광양, 여수, 장흥은 물론 고흥, 곡성, 보성, 지리산이 있는 구례까지 힘을 모았다. 지난해와 올해 축산물 브랜드 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걸 보면 꽤 정성을 들인 모양이다. 지리산 순한한우로 든든히 배를 채운 덕분에 우리는 언제 피곤했냐는 듯, 다음날 순천만국가정원 일정을 이어갈 수 있었다.

 

주소 전남 순천시 별량면 녹색로 47

문의 061-746-6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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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리에서 즐기는 세계의 정원, 순천만국가정원

3년 전, ‘지구의 정원, 순천만’을 주제로 순천만 인근에서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렸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전통 정원을 작게 조성하고 다양한 나무를 자연 조건대로 옮겨 심어 하나의 거대한 도심 정원을 이루었다. 이 박람회가 더욱 눈길을 끈 이유는 박람회가 끝난 다음에도 철거되거나 외면당하지 않도록 계속 정원으로 두어 순천 시민들에게는 휴식의 공간이 되고 순천만을 보호하는 울타리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순천만국가정원은 크게 네 구역으로 나뉜다. 국가정원의 상징과도 같은 세계정원 구역과 다양한 종의 나무들을 만날 수 있는 수목원 구역. 그리고 습지센터가 있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습지센터 구역과 순천만으로 연결되는 습지 구역이다. 출입구는 두 곳에 있는데 동문으로 들어가면 세계정원 구역을 먼저 보게 되고 서문으로 가면 수목원 구역을 먼저 만나게 된다. 이 두 권역 사이를 순천의 동천이 흐르면서 가르고 있는데 꿈의 다리를 건너면 자유롭게 국가정원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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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계정원 구역을 먼저 돌아봤다. 약도를 보며 모든 정원을 빠짐없이 보는 것도 괜찮지만 발길 닿는 대로 가면서 낯선 길이 나오면 들어가 보는 것도 꽤 괜찮은 감상법이다. 정원에서 길을 잃어봐야 찾는 데 1~2분이면 충분하니까. 프랑스정원과 독일정원을 거쳐 네덜란드와 미국의 정원을 돌았다. 그 끝에 있는 메타세콰이어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 스페인과 이탈리아, 영국과 일본의 정원을 거쳐 입구 쪽에 가까운 태국 정원까지. 부지런히 걸으면 15분이면 돌 수 있는 거리지만 한 시간 반이 넘게 걸렸다. 정원은 입간판을 보고 배우는 게 아니라 구석에 앉아 그곳에서 쉬며 일상을 달랬을 그 나라의 필부필부가 되어보는 것이 중요하니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은 이탈리아의 것이었다. 이탈리아정원은 르네상스를 일으킨 메디치 가의 정원을 모델로 삼아 만들었다고 되어 있다. 뭔가 정돈이 된 것 같으면서도 자연의 질서와 무질서가 조화를 이룬 점이 편안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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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 600년 팽나무

때로는 널찍한 정원보다 한 그루 나무가 더 많은 이야기와 울림을 전하기도 하는 법이다. 바위정원에 있는 수령 600년의 팽나무. 제주 암반 지역에 살던 고목나무를 기증받아 옮겨 심은 것이다. 물이 부족한 제주에서 몇백 년을 살아서인지 부족한 수분을 찾아 스스로 바위를 뚫고 뿌리를 내렸다고 한다. 옮겨 심을 때에도 고속도로 공사할 때 나온 바위들로 바위정원을 만들어 거기에 옮겨 심었다. 해설사의 말에 따르면 굵직한 가지 어느 면을 자세히 보면 웃는 사람의 얼굴이 보인다고 하는데, 나는 한번에 찾았다. 사진작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한번 찾고 나면 언뜻 봐도 그 웃음이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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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곳은 우리나라 정원이다. 우리나라 정원은 세계정원 구역이 아니라 습지센터 구역을 지나 나오는 수목원 구역에 있다. 수목원 구역은 남도숲길, 사색의 길 등 다양한 코스가 있지만 압권은 우리나라 정원이다. 우리나라의 정원은 자연의 지형을 거스르지 않고 조화를 찾아내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정원의 위치가 상당히 중요하다. 정원이 위치한 곳은 비탈이다. 덕분에 정원은 층을 이루며 층마다 다른 정원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국정원을 돌아보는 중에 후두둑, 비가 쏟아졌다. 마침 궁궐의 정원을 본뜬 부용지에 있었는데 빗방울이 연못에 떨어지는 풍경 또한 담백하게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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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여행의 마무리, 화포 일출

길지도 짧지도 않은 2박3일의 일정을 마무리한 건 소박한 일출이었다. 용산전망대에서 일몰을 본 건 한편으론, 바닷가에서 일출을 보기 위함이었다. 작은 순천만의 동안이 와온해변이면 서안이 화포해변이다. 이른 새벽 시내에서 차로 20여 분을 달려 도착한 화포. 산과 바다가 시야를 반으로 나누었고, 바다의 풍경은 갯벌과 물이 반씩 차지했다. 어제 올랐던 용산은 잘 보이지도 않았고, 산줄기 위의 밝은 기운이 퍼진 지 30여 분만에 붉디붉은 해가 솟았다. 봉우리 위로 해가 솟나 싶었다가 바로 구름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사진을 찍고 있는 우리 뒤로 여러 대의 사륜오토바이가 지나갔다. 우리가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일을 하고 있던 주민들이었다. 우리에게도 그들에게도 하루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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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행의 고단을 잊게 할 만찬 한우 떡갈비, 금빈회관

국가정원을 나오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순천은 꼬막도 유명하고, 앞서 말한 짱뚱어탕도 유명하지만 그보다 유명한 건 따로 있다. 특정한 메뉴가 아니라 그냥 한정식. 차로 이동하며 명소 사진만 찍는 관광이 아니라 한곳에 오래 머물며 발품으로 풍경을 감상하는 여행자에게는 한정식 한 상이 제격이다. 그래서 찾은 곳은 잦은 여행 출장마다 허기를 꼭꼭 메워준 금빈회관. 15가지가 넘는 정갈하고 맛난 반찬도 그렇지만 뭐니뭐니 해도 이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메인메뉴인 한우 떡갈비다. 20년 가까이 된 집이니 이제 슬슬 역사를 이야기해도 되는 집이라 하겠다. 혹, 주말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식사 시간은 피하는 게 좋겠다. 여행 성수기 주말에는 하루 150팀(테이블) 그러니까 400~500명이 찾는다니까 말이다.

 

주소 전남 순천시 장명4길 8

문의 061-744-5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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