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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ESSAY ‘만들이’란 소와 함께한 우리 민족의 세시풍속 중 하나입니다. 농사를 가장 잘 지은 집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잔치를 벌였던 풍속이지요. 국민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 한우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만들이! <만들이>는 우리 땅에서 건강하게 자라는 우리 한우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국내 유일의 한우문화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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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맛따라

숲이 주는 즐거움, 포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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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주는 즐거움과 지혜

숲 속 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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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은 풍류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고장이다. 언제 봐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산정호수와 계곡 좋기로 유명한 백운산이 있어 그렇고, 풍류에 술이 빠질 수 없는 바, 포천막걸리가 있고, 잘 가꿔진 정원이 취향이라면 허브아일랜드가 기다리고 있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으니 한 끼의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이동갈비가 버티고 있다. 하지만 진짜 호사는 포천의 숲에서 완성된다. 조선 세조의 무덤이기도 한 광릉에는 국립수목원이 자리잡고 있다. 한가로이 숲 속을 거닐면 지나는 시간이 아쉬울 뿐이다.

 

글 서승범 사진 정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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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여행지로 꼽은 건 포천이다. 포천 여행을 떠올릴 때 기대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느긋한 산책을 즐길 수 있겠구나, 입이 호강하겠구나. 전자는 산정호수와 허브아일랜드, 국립수목원에 거는 기대고, 후자는 이동갈비를 탐하는 마음이었다. 이미 5월부터 시작된 여름 날씨에 땀이 어찌나 나던지, 백운계곡도 빠뜨릴 수 없었다.

순서야 개인 취향이지만 우리는 산정호수-백운계곡-허브아일랜드-국립수목원으로 잡았다. 호수는 아침 풍경이 제일 낫다. 산정호수 둘레길은 그늘이 많지 않아 땀을 식히기 위해 계곡을 찾고 싶었다. 아마도 백운계곡과 허브아일랜드 사이로 이동갈비가 틈을 비집고 끼어들리라. 이동갈비로 허기를 달랜 뒤에는 허브아일랜드의 잘 가꿔진 정원을 둘러보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빼어난 숲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광릉 숲 속에서 하루 여행의 정점을 찍자 생각했다. 그러니 산정호수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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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 따라 걷는 한 시간의 호사, 산정호수

산정호수는 포천에서 알아주는 관광지가 아니다. 볼 게 없다는 게 아니라 유명한 레벨이 지역구가 아닌 전국구라는 뜻이다. 특히나 나뭇잎이 노랗게 붉게 물들고 억새 물결 반짝이는 가을이 되면 장관을 보려는 사람들, 계절의 운치를 빌어 사랑을 이루려는 연인들, 순간을 간직하고자 하는 사진작가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여름의 산정호수는 그에 비하면 무척이나 한적한 편이지만, 우거진 녹음이 단풍색 화려한 가을에 비해 운치가 떨어지지 않는다. 가을의 화려함은 없지만, 여름의 무성함이 주는 묵직함이 있지 않은가.

원래 호수란 물끄러미 바라만 보기보다는 거닐어야 제맛이다. 물론 산정호수에서도 가능하다. 호수를 둘러싼 길이 잘 닦여 있기 때문이다.

한 바퀴를 돌면 3km가 조금 넘는데, 옆사람과 담소를 나누면서 뒷짐진 듯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전형적인 공원의 산책로를 닮은 부분도 있고, 잘 다져진 흙길이 우거진 나무 아래로 볕이 들지 않는 그늘길도 있다. 더운 날씨에도 그늘진 길보다 더 인기가 좋은 길은 수변데크길이다. 물 위로 데크를 깔아 마치 물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중간중간에 앉아 쉴 수 있는 의자도 있고 경치가 절정이지 않을까 싶은 곳에는 정자 비슷한 건물도 있다. 김일성 별장이다. 산정호수는 38선 이북에 있다. 해방 후 위도 38도를 경계로 남과 북이 나뉘었을 땐 북한땅이었는데, 권력을 쥔 김일성이 산정호수 좋은 건 또 어떻게 알았는지 여기에 별장을 지어놨다.

둘레길을 걷다가 평화로운 호수를 보고 있으면 잔잔한 수면에 비친 뾰족 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보면 진짜로 사방에 산이다. 북쪽은 궁예 만년의 슬픈 이야기가 전하는 억새명산 명성산이고, 남쪽은 관음산, 서쪽은 망무봉이다. 산세가 완만하다가도 깎아지른 절벽들이 곳곳에 있어 풍경이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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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가 10km에 달하는 백운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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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호수의 평화로운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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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아일랜드 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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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자생식물을 비롯해 전 세계의 식물 7,000여 종이 전시된 평강식물원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에 사라지는 더위, 백운계곡

낮기온이 30도를 웃도는 지금 생각해보면 6월 초는 아주 무더운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습도가 높아서였는지 산정호수 한 바퀴를 돌고 나니 등골에 땀이 흥건하다. 계곡을 탐할 명분이 생긴 셈이니 주저없이 백운계곡을 향한다.

백운계곡은 백운산과 광덕산의 비탈에서 흘러내린 물이 만나고 모여 이룬 계곡이다. 어느쪽으로든 등산을 할 수 있지만 오늘의 목표는 등산이 아니라 족욕이다. 산정호수 한 바퀴 돈 것뿐만 아니라 그간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며 혹사를 당한 발에게 특별포상을 내리는 기분이다. 들머리에서 20분 정도 오르자 수량이 약간 적어지면서 계곡의 경사가 가팔라져 물이 거칠게 떨어졌다. 주변을 보아하니 그늘진 곳에 넓적한 바위도 있고 바로 옆으로는 햇볕에 달궈진 바위도 보인다. 양지바른 바위는 족욕을 마치고 발을 말릴 때 아주 유용하기 때문에 잘 봐두는 게 현명하다.

얼음골처럼 발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온도는 아니었지만 1분 이상 담그고 있기가 어려울 정도로 차가운 데다 포말을 일으킬 정도로 사납게 흐르는 물살에 발을 맡기고 있으니 기분은 여름에서 다시 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이토록 아름다운 정원, 허브아일랜드

허브아일랜드는 그 이름처럼 허브에 관해 우리가 알고 싶고, 보고 싶고, 느끼고 싶은 거의 모든 것이 다 모인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박물관과 힐링센터, 마켓 등 다양한 공간을 연출해두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식물원과 라벤더가 가득 심어진 정원이었다. 거대한 비닐하우스 안에 마련된 식물원에는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종류의 허브까지 망라되어 있다. 이런 곳이 있구나 하고 휙 지나가면 남는 게 없다. 특별한 주의사항이 없다면 가볍게 잎들을 손가락으로 쓸어 향을 맡아보기도 하고 허리를 숙여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하면 어느새 기분이 맑아진 걸 느낄 수 있다.

식물원을 통과하면 하트 모양의 접착지에 소원을 적는 곳이 있고, 여기를 지나면 비탈이 나오는데 온통 보라색이다. 테마 정원에 라벤더가 가득한데, 바람이라도 불면 섬유유연제에서만 맡던 그 향보다 덜 자극적이고 더 은은하고 부드러운 어떤 향이 코 끝을 살짝 스치고 지나간다. 생각 같아서는 하루 종일 근처에서 얼쩡거리며 그 향에 취하고 싶을 정도다. 테마 정원하면 ‘라벤더 힐링 축제’인데, 6월 말까지다.

6월이 지나버렸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무더운 7, 8월에 허브아일랜드를 찾으면 산타클로스를 만날 수 있다. 7월 중순부터 8월말까지 무더위를 식히고 지친 관광객들을 위로하고자 허브아일랜드가 ‘시원한 향기 크리스마스 축제’를 마련한 모양이다. 허브아일랜드 안에 산타클로스를 테마로 꾸민 산타마을이 있는데 여름에 어울리게 파란색 산타복을 입은 산타들을 만날 수 있다. 크리스마스 향수 만들기나 허브눈사람 빙수 만들기 등의 체험을 마련해 두었다. 허브향기 샤워 체험도 있는데 일종의 작은 터널을 만들고 그 터널을 지나면 허브향이 나는 시원한 수증기가 나와 기분이 상쾌해진다.

언젠가 같은 구조의 무한에 가까운 반복인 아파트가 아니라 내 삶에 맞춘 집에 살게 된다면 작은 정원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그 미래가 얼마나 멀리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행을 다니면서 숲이나 정원을 보면 나중에 참고할 수 있을까 싶어 유심히 보고 적는 버릇이 있는데, 소쇄원과 같은 자연스러움과 밑에 소개할 광릉수목원의 울창함 그리고 허브아일랜드의 정돈이 잘 어우러졌으면 좋겠다고 수첩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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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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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의 보고, 국립수목원

 

그 숲에 든 동안 부러울 것이 없어라, 광릉수목원

이제 여행의 대미를 장식할 광릉수목원에 들 시간이다. 광릉수목원이라고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광릉과 국립수목원으로 구분해서 불러야 한다. 광릉은 조선 7대 왕인 세조의 무덤이다. 알다시피 조카인 단종을 폐위시키고 보위에 올랐다. 치세 기간에는 그래도 많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숲을 좋아하는 여행자 입장에서는 이곳을 자신의 묘역으로 정하고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뽑지 못하도록 한 점이 무척이나 고맙다. 덕분에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거치면서도 크게 훼손되지 않고 지금까지 남아 있으니까. 오히려 훼손의 위험이 있었던 건 개방 후 관광객이 몰리면서였다. 다행히 지금은 사전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훼손될 염려는 적다.

홈페이지를 보니 면적이 1,100ha라고 되어 있는데 대략 축구장 90개 넓이라고 한다. 이 무지막지한 공간이 자연 상태를 유지하는 숲으로 우리 곁에 남아있다는 건 값진 축복이다. 물론 사람의 손길이 전혀 더해지지 않은 자연은 아니다. 침엽수원, 활엽수원, 관엽수원, 외국식물원 등 다양한 테마로 꾸민 숲들이 있는데 인위적인 느낌이 전혀 없다.

많지 않은 시간, 우리는 핵심을 공략해야 했다. 두어 번 와 본 경험으로 가장 좋았던 곳은 숲생태 관찰로와 침엽수원 그리고 전나무숲으로 이어진 코스다. 1시간이면 그리 급하지 않은 걸음으로 다녀올 수 있는 거리이기도 하다. 숲생태 관찰로는 인위적인 손길이 가해지지 않은 상태로 숲을 내버려두는 것이다. 숲, 나아가 자연의 자생력은 인간의 지식과 상상력을 훌쩍 넘어서기 때문이다. 침엽수원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독일가문비나무처럼 외국의 유명한 침엽수까지 식재하여 그 사이로 좁은 산책로를 냈다. 이런 데서는 시간 아끼겠다고 발걸음 서두르는 게 어리석은 거다. 다행히 서두르는 사람도 없다.

개인적인 선호겠지만, 지칠 때 가끔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이 생각나곤 하는데, 국립수목원의 전나무숲도 제법 근사하다. 길이는 좀 짧은 편이지만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꽂힌 듯 수직으로 선 전나무들의 자태는 엄격하되 위압적이지 않고 푸근하다. 어린이와 함께라면 시간을 좀 내서 백두산호랑이가 있는 동물원과 나무와 숲에 대한 다양한 공부를 할 수 있는 국립산림박물관도 꼭 둘러보길 권한다. 입장은 반드시 사전에 예약해야 하고, 동물원은 정해진 시간에 가이드를 따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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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갈비촌에서 갈비를 굽는 모습

 

 

포천이 생각나는 여름

거의 완벽에 가까웠던 하루에 굳이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먼 길을 차로 와야 하는 까닭에 포천 막걸리를 즐기지 못한 점 정도다. 하지만 막걸리 맛을 보겠다고 수목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였다거나, 산정호수나 허브아일랜드를 걸렀다면 아쉬움이 몇 배로 더했을 것이다. 일찍 시작해 늦게까지 계속될 이번 여름을 생각하면 광릉의 울창한 숲에 들었던 시간, 백운계곡에 발 담그고 노닥거리던 시간은 차라리 찰나에 가까울 것이지만, 그 기억만큼은 더위에 지치는 순간마다 생각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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