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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ESSAY ‘만들이’란 소와 함께한 우리 민족의 세시풍속 중 하나입니다. 농사를 가장 잘 지은 집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잔치를 벌였던 풍속이지요. 국민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 한우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만들이! <만들이>는 우리 땅에서 건강하게 자라는 우리 한우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국내 유일의 한우문화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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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이야기

맛과 영양의 품격 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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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고기02.jpg

 

글 유지상 맛칼럼니스트

 

‘맛찐’ 불고기의 첫 경험

한우 사랑의 시작은 불고기였다. 몇 살 때인지 정확한 기억은 없다. 어떤 축하할 일인지는 몰라도 온 가족이 꼬까옷을 입고 시내로 행차했던 추억 속의 첫 한우는 진짜 맛있었다.

도착한 곳은 멋진, 아니 맛찐(‘맛있는’보다 더 맛있는 음식을 만났을 때 개인적으로 쓰는 말) 음식점 앞. 굳이 ‘맛찐 음식점’이라고 하는 건, 목적지를 알고 있는 아버지를 제외한 어머니와 4남매 모두 그곳에 당도하기 전부터 콧구멍이 분주하게 벌렁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넓은 도로변의 어디선가 풍겨오는 ‘달달’ ‘짭조름’ ‘누린내’ 의 완벽한 조화. 그 맛과 향의 근원지를 열심히 찾고 있었던 것이었다.

정작 맛과 향의 근원지에 도착했을 땐 ‘콧구멍 벌렁 짓’은 바로 멈추었다. 딸꾹질하다가 깜짝 놀라면 바로 딸꾹질이 멈춰지는 것처럼. 함께 자동으로 작동하던 침샘의 꿀꺽거림도 폭탄 충격을 맞은 듯 잠잠해졌다. 외관의 위엄에 압도당해서다. 이런 호화스러운 음식점 방문은 난생처음. 함바집 수준의 동네 식당과 짝퉁 청요리 중국집을 벗어난 고급음식점의 첫 경험은 ‘맛찐’ 불고기였다.

‘우와 저건 뭐지?’ 식탁 한복판에 자리한 황금색 동판. 중앙부분이 둥글게 부풀어 올랐고, 바깥 부분은 날개처럼 펼쳐져 있다. 거기에다가 중앙부분이 숭숭 뚫려 있고, 그 구멍 안으론 빨간 숯불이 피어오른다. 호기심 많은 꼬맹이에겐 만화 속 외계인의 UFO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밥상을 받고 난생처음 신기한 충격을 받은 것도 ‘맛찐’ 불고기였다.

잠시 뒤 불판 위로 양념 불고기가 오르자 “지지직” 요란한 소리만큼이나 가족 모두의 젓가락질이 분주해진다. 이따금 “꼭꼭 씹어라”는 어머니의 말소리조차 없었다면 ‘불고기에 망령이 들린 가족’으로 비쳐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보여도 상관없다는 듯, 소고기, 설탕, 간장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고기 맛에 취해, 살짝 고기 색깔이 변하기만 해도 마구 입으로 쳐 넣는다. 그리고 UFO의 날개 부분으로 흘러내린 국물조차 아까워, 냉면사리를 추가해 말끔히 처리할 정도로 감동적인 맛을 준 것도 ‘맛찐’ 불고기였다.

 

한우, 씹는 맛의 차원이 다르다

그 당시에는 ‘맛찐’ 불고기의 재료가 한우인 줄 몰랐다. 그냥 소불고기일 뿐이었다. 적어도 소고기 시장개방, 광우병 파동 등으로 ‘수입소고기’란 단어가 ‘한우’와 함께 쓰일 때까지는. ‘한우냐, 수입이냐’를 따질 땐 아버지의 뒤를 따르던 꼬맹이도 이미 한 가정을 꾸린 아빠가 돼 있었다. 그 아빠는 아버지에게 전수받은 불고기를 가족에게 먹이고 싶을 땐 ‘한우’가 붙어있는 곳을 고집하며 ‘맛찐’ 한우불고기 맛을 대물림하는 중이다.

한우 사랑의 큰 축에 ‘맛찐 불고기의 첫 경험’이 차지하고 있는 걸 부정할 순 없다. 고기 맛의 본질은 모른 채, 달달한 설탕과 짭조름한 간장, 그리고 각종 양념 맛에 속아 넘어간 저급한 수준의 입맛이란 지적을 당하더라도 할 수 없다. “한우가 더 맛있는 소고기 메뉴는 따로 있다”는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한우의 매력은 씹는 맛이다. 미국산 소고기나 호주산 와규로 대표되는 수입소고기와 비교해 먹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같은 부위라면 수입산이 씹기가 쉽다. 그렇다고 부드럽다는 것은 아니다. 씹는 맛이 있으면서 부드러운 건 한우가 낫다. 이를 두고 가끔 TV방송의 출연자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고기”라고 극찬을 하는데 한우에는 영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다. ‘맛있다’보다 한 단계 높은 우리식 표현이 없어서 그냥 쓰는 말(사실, 개인적으로 쓰는 ‘맛찌다’는 단어를 퍼뜨려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한다)로 이해하고 넘어가지만,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도 아닌데 고기가 녹는다는 표현은 심해도 너무 심한 과장이다. 과하면 오히려 역효과만 난다.

어느 광고 카피의 문구를 빌려오면 한우는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가 딱 맞아떨어진다. 일반적으로 씹는 맛은 고기의 숙성 정도와 지방의 함량에 따라 달라지긴 한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 배운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를 떠올리면 한우는 다른 나라 소에 비해 작지만 야무지다는 걸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혹독한 겨울을 버티기 위해 고기와 뼈 속에 영양성분을 최대한 저장해둔 한우. 당연히 수입산에 비해 씹는 맛, 씹을수록 맛있는 맛일 수밖에 없다. 뼈를 푹 고아 우려낸 사골 국물도 한우가 아니면 제맛이 안 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여기에 우리 한국인은 ‘이왕이면 갈비’란 논리가 더해진다. 갈비는 진짜로 ‘뜯고 씹는 맛’이다. 요즘 들어 꽃등심 타령을 하지, 예전엔 소갈비가 무조건 첫째였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명절이면 최고의 음식선물로 ‘갈비 한 짝’이 꼽히던 게 이를 증명한다.

 

수입육이 공산품이라면 한우는 수제명품

서울의 한 특급호텔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외국인 주방장의 한우사랑 이야기는 보다 전문적이다. ‘질 좋은 한우’란 전제를 깔긴 하지만 “한우는 먹으면 먹을수록 입맛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한다. 미국산 소고기나 호주산 와규와는 다른 맛이란 것이다. 구체적으로, 미국산은 부드럽지만 씹는 맛이 덜하고, 호주산은 육즙이 넉넉하나 기름진 느낌이 부담스럽다고 꼬집는다. 두 가지 모두 한정된 공간에서 정형화된 사료를 먹였기 때문이란 분석도 내놓는다. 반면 품질이 뛰어난 한우 고기는 부드러움과 씹는 맛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단다. 게다가 살짝 풀냄새도 풍기는 등 방목한 소가 가지고 있는 특징도 있다고 한다. 요약하면, 감사하게도 “수입육은 대량생산하는 공장제품, 한우는 수작업으로 만든 핸드메이드 미트”란 말씀이다.

그렇다고 자만할 일은 아니다. 종잡을 수 없는 가격의 변동, 들쭉날쭉한 품질의 차이, 구이와 탕으로 대별되는 메뉴의 획일성 등 한우가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맛은 더 이상 우리만의 언어가 아니다. 이미 세계인의 공통어가 돼 버렸다. 한국 땅의 ‘한우’에 머물지 않고, 세계인이 찾는 ‘원산지 한국’으로 발전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진짜 ‘맛찐’ 한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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