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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사는 법

‘천둥 호랑이’ 권인하의 화양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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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 호랑이’ 권인하의 화양연화>
(花樣年華, 인생의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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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효하는 천둥 호랑이 창법, 세대 장벽 없는 선곡. 가수 권인하를 전혀 모르던 2030세대가 그의 유튜브 채널 ‘권인하’로 모이는 비결이다. 2019년 11월 말 기준으로 구독자 수는 25만 5천 명. 2018년 4월에 올린 닐로의 ‘지나오다’ 영상은 조회수가 370만이 넘는다. ‘비오는 날 수채화’의 가수로 인기를 끌었던 그가 유튜브 스타로 다시 부활했다.


writer 김남희 / photographer 임근재


권인하 채널에 올라오는 영상들은 대부분 작업실에서, 방에서, 차에서 노래하는 모습이다. 제대로 된 음향 장비 없이 그냥 부르는데도 완벽하다. 눈을 질끈 감고 절규하듯 노래하는 창법을 본 누리꾼들은 천둥 치듯 포효하는 호랑이에 빗대며 천둥 호랑이 창법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3단 줄넘기 창법, 스카이 콩콩 창법이라는 수식어도 있다.
그의 보컬은 무엇보다 고역의 샤우팅 부분을 기막히게 소화해낸다. 그의 목소리에는 본색을 드러내고야 마는 마초적 야수성이 내재돼 있다. 음악에 대한 천부적 감각, 끝없는 열정, 성실한 노력 덕분이다. 
젊은층에서 인기있는 후배 가수들의 최신곡들도 커버하는 등 친근한 소통도 권인하 채널의 강점. 대표적인 영상은 닐로의 ‘지나오다’, M.C.THE MAX의 ‘넘처흘려’(208만회), 벤의 ‘180도’(180만회), 윤종신의 ‘좋니’(134만회) 등을 비롯해 공개 2주 만에 31만회를 돌파한 박효신의 ‘야생화’ 등. 오직 탁월한 가창력 하나로 원곡과는 또다른 감동을 준다. 댓글을 살펴보니 ‘예순 하나의 나이에 이런 난이도의 노래를... 리스펙트!!!’ ‘노래 장르가 권인하네’ ‘천하를 집어 삼킬 듯한 한라산 대폭발 발성법’ ‘권인하님이 이 노래 선곡한 순간~ 원곡자 지못미’ 등. 특히 젊은 층의 호응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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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말 신곡 ‘어떤 날엔’을 발표한 그는 12월 14일 ‘포효 3’ 콘서트로 관객들과 만난다(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 이번 콘서트에서는 자신의 히트곡, 유튜브와 방송에서 화제가 됐던 커버곡, 팝송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Q 데뷔 33년차이신데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유튜브 스타가 되셨습니다.


A 300회 정도 콘서트를 했지만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어요. 히트곡 나오기까지 콘서트를 다시는 안하겠다고 마음 먹었죠. 10여 년이 흐른 후 다시 무대로 돌아오면서 지인의 권유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노래 영상은 2016년 12월부터 올리기 시작했어요. 콘서트 라이브 영상부터 올렸는데 반전의 계기는 태연의 ‘만약에’ 영상이었습니다. 
2015년 여름, EBS <공감> 콘서트에서 앵콜곡으로 불렀는데, 이 노래가 실제 방송은 안 됐어요. 제작진이 그 노래만 따로 유튜브에 올렸는데 반응이 굉장히 폭발적이었어요. 며칠 만에 조회 수가 60만이 넘더라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우리 또래 가수들이 설 수 있는 방송이 몇 개 없어요. 이 나이에 잊혀지고 묻혀지기 쉬운데 유튜브 팬들 덕분에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Q ‘만약에’ 영상을 보면 ‘태연은 사랑을 노래했고, 권인하는 인생을 노래했다’는 댓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A 가사를 이해하고 감정을 표현할 때 나이가 있다보니 경륜과 연륜이 더해져서 그렇겠죠. 저는 그냥 원곡을 흉내내며 부르지 않습니다. 같은 멜로디라도 표현을 다르게 할 수 있어요. 내 스타일, 내 스케일대로 박자나 음을 바꿔서 부릅니다.

 

Q ‘아저씨, 선생님’라고 부르는 젊은 층이 많습니다. 


A 그 친구들이 듣지 못했던 소리를 들려줘서 그런 것 같아요. 소리의 비율이나 소리내는 방법이 아날로그 스타일이니까요. 결이 다른 소리를 내니 새로움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후배 가수 중에 노래 잘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아요. 하지만 제 소리는 그들보다 투박하지만 고음에서는 더 거칠고 파워풀하니까 젊은 사람들에게는 약간 생소하지만 매력을 느끼는 거죠. 젊은 친구들이 ‘유튜브 잘 보고 있습니다’하고 인사해주고 알아봐 줄 때, 너무 고맙고 반가워요. 
천둥 호랑이 창법이라는 수식어 덕분에 여러 의미로 제2의 인생이 열렸습니다. 콘서트 공연을 하면 관객도 젊은 친구들이 많아졌어요. 

 

Q 노래 선곡은 어떻게 하십니까?


A 지금 세대들이 좋아하는 노래들 중에 내가 잘 부를 수 있는 곡이 무엇인지 계속 들으면서 선곡합니다. 젊은 시절에는 내 노래만 불러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유튜브 구독자, 특히 젊은 세대들의 구독과 호응이 많았지면서 생각이 크게 전환되었어요. 
가수는 말그대로 노래 부르는 사람입니다. 직업적으로 본다면 전문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직업인 거죠. 가수의 정의, 그 기본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생각했습니다. 남의 노래면 어때? 내 스타일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 기본이 아닐까라고요. 알을 깨고 나오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면서 부르고 싶은 노래들이 많아졌죠.

 

Q 차 안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이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윤종신의 ‘좋니’가 압권이었죠.


A 주로 차 안에서 노래 연습을 가장 많이 합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한 두시간씩 고래고래 소리 지를 수 있어서 편해요. ‘좋니’ 영상은 핸드폰 거치대에 폰 걸어놓고 영상을 찍어 아들에게 보냈던 것인데 채널에서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Q 고음 부분에서 진성으로 클라이맥스를 넘겨버리는 실력이 대단하십니다. 연습이나 목 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A 노래가 정해지면 가사를 충분히 숙지한 후 적게는 200번에서 보통 3~400번 이상 부릅니다. 100번 부른 노래와 500번 부른 노래는 다를 수밖에 없어요. 
결국 많이 부른 노래가 좋은 노래가 되는 것입니다. 닐로의 ‘지나오다’는 300번 정도 연습했습니다. 고음 잘 내는 비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에요. 물론 타고난 것도 있지만 끊임없는 연습만이 답입니다. 저도 일주일만 연습 안 해도 티가 나요. 
그리고 노래도 기본적으로 체력입니다. 매일 한 시간 이상 자전거를 타거나, 헬스장에서 근력 운동을 합니다. 특히 자전거를 타면서 노래 연습을 많이 합니다. 호흡과 압축된 소리를 내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최근 3~4년 많이 바빠졌어요. 잘 준비하고 관리해서 콘서트를 지속적으로 많이 열고 싶어요. 또 지금은 1년에 한 곡 정도 싱글 음원을 발표하지만 내년부터는 분기별로 낼 수 있도록 좀 더 열심히 살고 바쁘게 준비하려고 합니다. 환갑이 되었으니 더 부지런하게 살아야 희망이 보이지 않을까요. 연구하고 연습하며 끈임없이 나를 단련해 70대가 되도 지금 소리로 노래를 하고 싶어요. 가수는 노래 부를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깊이 있는 음악을 많은 분들에게 전해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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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권인하
폭발적 성량과 뛰어난 가창력의 록 보컬리스트인 그는 누구나 인정하는 실력파 가수다. 1984년 이광조의 ‘사랑을 잃어버린 나’의 작곡가로 데뷔했다. 1986년 록밴드 ‘우리’의 보컬로 참여했고 이듬해부터 솔로 가수로 활동했다. 1989년 영화 <비 오는 날 수채화>의 OST인 동명의 노래를 고 김현식, 강인원과 함께 불렀다. 노래는 영화보다 더 큰 화제를 모으며 그야말로 빅히트. 당시 ‘대학생들이 뽑은 인기가요’에서 7주 연속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명곡으로 수많은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되기도 했다.